이재명-정청래 위에 개딸?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5-09-14 11:30:00
    • 카카오톡 보내기

     
    주필 고하승



    3대 특검법 개정안 관련 여야 합의를 파기하는 과정에서 공개 충돌한 더불어민주당 '투톱'의 갈등이 확전 없이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뭔가 대단히 찜찜하다.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친명계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여야 합의 파기 원인으로 지목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지난 10일 저녁 국민의힘과 발표한 합의를 불과 14시간 만에 파기한 것은 개딸의 집단 반발 때문이라는 게 여의도의 대체적 시각이다.


    개딸들이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당 지도부 차원에서 ‘긴밀하게 소통’해서 결단한 국민의힘과의 첫 합의를 뒤집어 버리게 하고, 특히 집권당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실상 그들 앞에서 반성문을 쓰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김 원내대표가 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쳐 합의했는데, 합의 사실이 보도된 직후에 온라인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개딸들로부터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정청래 대표가 마치 자신은 전혀 몰랐다는 듯 "(김병기) 원내대표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저 역시 수용할 수 없고 당 지도부의 뜻과도 많이 달라 (합의안을 보고) 당황했다"라며 "그래서 곧장 재협상을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 한마디로 협상 당사자인 김 원내대표가 사실상 '독박'을 쓰게 됐다.


    이 때문에 김 원내대표가 정 대표에게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언론 앞에서 "정청래한테 사과하라고 하라"고 공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 대표가 “덮고 가자”라며 김 원내대표에게 만찬을 제의했으나 김 원내대표는 “선약이 있다”라며 싸늘하게 거절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딸들의 비난에 가세한 의원들을 향해서도 비공개 의총에서 민주당 특검법 개정안과 수정 합의안 사이에 특검 수사 기간 차이는 15일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강변하면서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도 개딸들을 의식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이러다 보니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위에 개딸이 있다는 한탄의 소리가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 개딸의 위세는 장난이 아니다.


    작년 5월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당시 추미애 의원을 지지했던 개딸들은 우원식 의원을 향해 "무슨 '똥배짱'으로 경선을 완주하느냐"며 사퇴를 압박했다. 그런데도 우 의원이 승리하자 당시 이재명 대표체제의 민주당은 개딸을 달래기 위해 국회직인 국회의장 및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당심을 20% 반영하는 황당한 룰을 만들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힘을 지닌 셈이다.


    또 대선 직전인 올해 4월에는 우 의장이 '대선-개헌 동시 투표'를 제안하자 개딸의 거센 반대가 터져 나오며 사흘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당 대표뿐만 아니라 국회의장까지 쥐고 흔드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민주당은 나경원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 야당 간사로 선출하는데 협조했다가 개딸들이 반대하자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 주권 정부인가”라며 “개딸들 겁박에 여야 합의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김병기 원내대표 물 먹이더니 나경원 법사위 간사 선출도 개딸 눈치 보기에 나선 민주당. 이러다 국힘 당 대표, 원내대표까지 개딸과 민주당이 뽑을 판”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민주당에서 개딸들 눈치나 보면서 대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인사들은 대부분 차기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를 노리는 사람들이거나 내년 6·3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이다. 그들이 공천권을 쥐고 흔들어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가운데 개딸 의견에 동조하는 유권자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장담하는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딸 지지로 공천을 받은 사람들은 본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낙선할 가능성이 크다. 개딸이냐 국민이냐 그대들이 선택하라.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