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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말이 많다 보면 실수하게 되어 있고, 그 실수를 덮기 위해 자신이 내뱉은 말을 자꾸 변명하려다 보면 말이 꼬이기 마련이다.
연일 페이스북 등에서 정치 훈수를 두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금 꼭 그런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설이 탄력을 받자 연일 그를 저격해 온 홍 시장이 16일에도 "당 대표 하나 맡겠다는 중진 없이 또다시 총선 말아먹은 애한테 기대겠다는 당이 미래가 있겠느냐"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을 ‘총선 말아 먹은 애’로 지칭한 것이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문재인의 사냥개가 되어 우리를 지옥으로 몰고 간 애 밑에서 배알도 없이 또 정치하겠다는 것이냐"고 적었다.
홍 시장이 이처럼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우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홍 시장의 이 같은 공격이 오히려 ‘한동훈 등판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말이 많다 보니 되레 역효과를 보는 셈이다.
홍준표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은 "상남자"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검찰 수뇌부 인사에 대해 야권이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는 방탄용 인사'라는 등 비판을 쏟아내자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며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고 옹호했다.
그러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은 16일 SNS를 통해 "공사 구분 못 하는 봉건시대 적 구닥다리 논리, 아첨꾼의 하책 훈수질"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국민이 원하는 건 '조선의 사랑꾼'이 아닌 '공정한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상남자’ 발언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건 민간인의 이야기다. 국민을 위한 의무가 있는 공직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굉장히 부적절하다”라며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본인이 공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심지어 같은 당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전날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홍준표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정말 안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겉으로는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씩 뜯어서 들어가 보면 결국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과정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홍 시장의 발언은 대통령이 아내와 관련된 내용을 덮기 위해서 검찰 인사를 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기정사실로 해 검찰 인사가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야당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같은 날 같은 방송에서 "저는 제 주변에서 그런 식의 상남자를 본 적 없다"라며 홍 시장의 발언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처럼 여야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홍 시장은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누구를 실드치는 메시지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을 옹호한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취지가 아니라는 해명이 마음에 걸렸던 듯 이날 페이스북에선 "내가 윤통(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건 그의 정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2017년 사태(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발을 막자는 것"이라고 적었다.
사실상 ‘상남자’라는 표현이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한 글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고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홍 시장은 "선거는 (당선)되면 내가 잘나서 된 것이고 떨어지면 내가 못나서 떨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후보가 못나서 떨어진 것이지 윤석열 정권 심판론 때문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게 당의 어른으로서 할 말인가 싶다. 좌충우돌하는 홍 시장이 언제까지 SNS 활동을 할 것인지 굉장히 궁금하다. 이제 자중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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