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또 ‘민주당 2중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10-26 1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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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가장 참패한 정당은 여당이 아니라 고작 1%대 득표율에 그친 원내 3당인 정의당이다.


    반성하고 뭔가 변화를 모색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당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장혜영, 류호정 의원이 잇따라 당 지도부 책임론을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두 의원이 해당 행위를 했다며 출당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의당은 보궐선거 이전부터 당의 진로를 놓고 이정미 대표 등 지도부와 당내 다수파는 '자강론'을, 조성주·장혜영 등 차세대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소수파는 '제3지대 재창당'을 주장하며 대립해왔다.


    사실 정의당 지도부와 다수파가 주장하는 ‘자강론’은 이미 실패했다.


    그동안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의당은 ‘자강론’으로 문제를 덮어왔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정의당의 자강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은 ‘조국 수호’에 나선 민주당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민주당 2중대’로 낙인찍혔고, 그로 인해 유권자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실제로 정의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1심 유죄 선고 이후에도 명확한 입장표명이 없었다. 그로 인해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6·1 지방선거에서는 8명 당선으로 진보당(21명)보다 못한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이후 정의당은 잠시 민주당과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 보였지만, 그 결과는 ‘역시나’였다. 말로는 자강론을 외치지만, 의석수의 한계 등으로 2중대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민주당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류호정, 장혜영 의원과 조성주 전 정책위의장이 '세번째 권력'이라는 당내 정치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며 내년 총선 이전까지 제3지대 제 정파와의 연합을 통한 신당으로 재창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강론이 계속해서 실패하는 만큼 정의당은 민주당을 파트너로 삼을 게 아니라 금태섭, 양향자 등 제3지대에서 신당을 분비하는 세력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옛 NL계인 인천연합·함께서울과 PD그룹인 전환 등 당내 다수파는 자강론을 주장하거나 녹색당, 민주노총 등과의 연계를 통한 '진보 진영 내 소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정미 당 대표 등 지도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실제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6일 "정의당과 녹색당은 선거 연합정당을 추진해 총선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지난 일요일 녹색당 전국위원회는 정의당과의 선거 연합정당 추진을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정의당과 녹색당의 단순합(合)을 넘어 기후정치를 바라는 모든 세력을 정치적으로 모아내는 첫 출발점으로 삼겠다"며 "정의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당 실험은 총선 이후 의회 내의 공동협력 기구와 두 당간의 수준 높은 연대연합으로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 재창당 추진 기구로서 역할 했던 신당 추진단을 신당 추진위원회로 격상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고,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와 다수파는 바른 소리를 내는 소수파를 징계하려고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정의당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패한 강서구 보궐선거 평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의당 재창당'을 주장하는 장혜영, 류호정 의원의 언행이 해당행 위이기 때문에 징계하고 출당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여러 사람 입에서 공공연하게 나왔다고 그 자리에 있는 지도부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당 지도부가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나선 셈이다.


    참으로 가관이다. 국민의힘도 혁신위원장을 뽑아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하는 마당에 정의당이 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두 청년 의원들에게 뒤집어씌우는 행태를 보이다니.


    반성 없는 정의당은 아무래도 내년 총선 이후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한 대가이다. 정의당 자강론은 늘 그래왔듯 ‘민주당 2중대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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