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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참모들에게 내년 총선에 출마할 행정관들은 서둘러 짐을 싸고, 비서관급 이상은 개별적으로 일대일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는 취지의 '출마 가이드라인'을 내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기자 출신인 김기흥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5일 자로 면직돼, 자신의 거주지인 인천 연수을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환(서울 중랑을)·이동석(충북 충주)·최지우(충북 제천·단양) 전 행정관은 일찌감치 총선 행보를 시작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인 김인규 행정관(부산 서구동구)과 이창진 선임행정관(부산 연제)도 추석 직후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홍보수석실 소속 전지현 행정관도 용산을 떠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는 경기도 안양 동안을 지역구를 고심 중이다. 허청회(경기 포천·가평)·배철순 행정관(경남 창원 의창)도 최근 대통령실을 떠났다.
아직 대통령실을 떠나지 않았으나, 김보현 부속실 행정관은 경기 김포갑, 이병훈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경북 포항남·울릉, 김성용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서울 송파병, 여명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서울 동대문갑, 조지연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은 경북 경산으로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경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수도권 험지인 인천 남동갑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관급 인사들이 먼저 움직인 것은 출마 의향이 있는 사람은 서둘러 짐을 싸라는 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탓이다.
그러나 비서관급부터는 윤 대통령과 '개별 협의'를 거쳐야 하기에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담당 업무 중 현안을 매듭짓고, 후임자도 추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적임자 물색이 늦어져 고심하는 비서관급 참모도 더러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그들도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전희경 정무1비서관은 경기 의정부갑으로,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부산 수영으로,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은 경북 구미로 출마할 것이 유력하다.
이미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은 퇴임한 뒤 고향인 충북 청주 청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김대남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도 용산을 떠나 경기 용인갑 출마에 나섰다.
수석 중에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기존 마포갑 지역구를 떠나 고향인 충남 홍성·예산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수도권 지역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이 어느 곳을 선택하든 전략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강서 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전략공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에 따라 대통령실 출신들이라 해도 경선은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용산의 모 비서관과 식사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윤 대통령의 뜻도 그렇다고 했다. 모두 당이 정한 경선룰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출신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 방향이 강서 구청장 선거 이후 침체 된 국민의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경선 과정부터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대통령실 출신들도 그런 각오로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
전략공천, 혹은 단수 공천을 기대하며 출사표를 던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건 스스로 자신이 경쟁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실 출신이라면, 이미 그걸로 충분히 특혜를 받은 것이니만큼 그걸로 만족해야 한다. 무리하게 전략공천까지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혁신안에 ‘경선 원칙’을 담을 필요가 있다.
당 지도부 역시 ‘자기 사람 심기’를 포기하고, 이를 원칙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지난 총선 당시 황교안과 김형오의 원칙 없는 엉터리 공천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잊어선 안 된다. 모쪼록 용산 참모진들의 출마가 경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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