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각성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4-11-26 11: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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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형사재판 중인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재판은 계속할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재판은 그대로 중지되는 것일까?


    또 재판이 계속되고 그 결과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 대통령에 당선된 자는 대통령을 상실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래도 대통령직은 유지되는 것일까?


    사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그 누구도 이런 궁금증을 가져 본 일이 없을 것이다.


    온갖 비리 혐의로 형사재판 중인 피고인이 공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더구나 비록 1심 선고라고는 하나 이미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중형이 선고된 마당이다.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마저 박탈당한다.


    그것도 5개 재판 가운데 겨우 하나일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비록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는 했으나 그 판결이 2심에서 그대로 유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증 자백한 김진성 씨에 대해선 “요청을 받고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다”라며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도 정작 요청한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고의성이 없다”라는 이상한 논리로 무죄를 판결한 탓이다.


    오죽하면 '권순일 시즌2'를 보는 느낌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실제로 판사 출신인 김기현 의원은 "법관으로 일했던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어떻게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비상식적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마치 '권순일 시즌2'를 보는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앞서 권순일 전 대법관은 재직 당시,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친형 강제 입원' 관련, 허위 발언으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처분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현재 '대장동 의혹'에 연루돼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받고 있다.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마당이다. 그 형만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피선거권이 박탈돼 이 대표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이른바 '633 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이란 게 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2심 및 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건 권고 사항이 아니라 강행 규정이다. 따라서 정상적이라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형이 확정된다. 그런데도 국민은 왜 이런 황당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 것일까?


    사법부, 특히 법원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깊은 탓이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 및 성남FC 불법후원금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3개 재판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과연 차기 대선 이전에 이 모든 재판을 마칠 수 있을까?


    민주당의 재판 지연전술 등으로 인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서 걱정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를 소추에 포함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헌재는 "헌법 제84조 해석과 관련해 형사상 소추에는 기소만 해당한다는 의견과 기소에 따른 재판도 포함한다는 의견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헌재는 사후적·구체적 규범 통제기관으로서 구체적 사건이 청구됐을 때 재판부의 심리를 통한 결정의 형식으로 의견을 밝힐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 속개 여부에 대해 아직은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이 청구되고 재판부 심리를 통해 결정된다는 게 이유다.


    온갖 추악한 범죄혐의를 지닌 피고인이라도 대통령이 되면 재판이 중지되고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사태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려 섬뜩하기 그지없다. 어쩌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하다. 사법부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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