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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된 권력이니까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러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민주 공화정의 원칙인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일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은 사법부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대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라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쏘아 올린 '대법원장 찍어내기'에 대통령실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라며 가세한 데 이어 집권당 대표까지 그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 사퇴를 운운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것으로 이는 민주 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다.
대체 이재명 정권은 무엇이 두려워 ‘사법부의 독립 훼손’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기를 쓰고 몰아내려는 것일까?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된 것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중단된 재판이 재개된다면, 그것이 재임 중이든 임기 후이든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받을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났기 때문에 유무죄가 바뀔 가능성은 사실상 0%다.
그래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사퇴시키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대법원장에 앉혀 이전의 유죄판결을 뒤집으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민주당이 위헌 논란에도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밀어붙이면 대법원이 중단된 5개 재판을 모두 재개하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사실 이 대통령 재판은 중단됐으나 공범들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이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 대통령 퇴임 이후 관련 재판도 공범들과 마찬가지로 유죄판결이 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재임 기간에는 감옥에 가지 않더라도 임기 만료 후에 감옥에 가는 걸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게 두려워 공범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줄 사람을 대법원장에 앉히려는 음모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장이라는 자리는 조희대 개인의 자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물러나선 안 된다.
우리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규정하여 법원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며 법관의 독립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법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사실 사법부가 이처럼 행정부와 입법부에 짓밟히는 건 사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 당선이 유력하자 사법부가 스스로 그의 재판 5개를 모두 중단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6월 9일에는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연기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이진관)도 같은 이유로 6월 10일 이 대통령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했다.
위증교사 사건 재판의 경우 아예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도 전인 지난 5월에 중단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대북송금 재판마저 7월 22일 기일 추후 지정 결정이 나오면서 이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기소된 형사재판 5개는 모두 중지되고 말았다.
만일 사법부가 정의 구현을 위해 재판을 중단하지 않고 속개했더라면 이재명 정권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사법부가 행정부와 입법부에 짓밟히는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부가 스스로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조 대법원장은 물론 전국의 법관들이 보여주어야 한다. 사법부는 행정부나 입법부의 지시를 받는 하급 기관이 아니다. 비록 선출 권력은 아니라고 하나 헌법이 부여한 대등한 권력으로 그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지켜준다.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도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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