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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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심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3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의 공정한 채용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라면서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선거 관리 기관인 선관위가 국민 기대에 부합하는 조치를 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채용 비리 가담자를 색출하고 그에 따른 법적, 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권익위는 2023년 9월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 실태조사를 벌여 부정 채용 10건을 적발, 인사 담당자 등 관계자 28명을 고발하고 312건을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앞서 감사원도 서울선관위 등 7개 시도선관위에서 채용 청탁, 점수 조작 등 각종 비위를 적발하고 전 사무총장과 차장, 인사 담당자 등 32명에 대해 중징계 요구 등을 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부정 채용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부정 채용자들을 정상 근무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선관위는 감사원이 특혜 채용 의혹 당사자들에 대해 징계 요구를 하지 않았으므로 정상 근무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황당한 설명을 하기도 했다. 뒤늦게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자 지난달 6일 이들을 직무에서 배제했을 뿐이다.
임용을 취소한 사례는 없었다.
선관위는 채용된 직원에 대해서는 당장 임명을 취소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지난달 20일 공무원의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인 인사혁신처가 선관위 부정 채용자의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국가공무원법 제45조 제3항에 따라 공무원 채용과 관련해 대통령령 등으로 정하는 비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
애초 선관위는 이 조항의 시행일이 2021년 12월이라 그전에 채용된 직원에 대해서는 임용을 당장 취소하기 어렵다며 버티는 중이었다.
그러나 인사처는 부당 채용에 해당한다면 규정 시행 전에 임용됐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회신한 것.
그런데도 선관위는 ‘이들의 임용을 취소하는 대신 지원 전 지방공무원직을 복원하겠다’라며 어깃장을 놓았다. 하지만 인사처는 이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새롭게 임용돼야 한다”라고 일축했다.
인사처, 감사원에 이어 권익위마저 부정 채용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상황에서 선관위도 이제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즉각 부정 채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 자녀 11명에 대해 임용을 취소하고, 나아가 부정 채용에 연루된 모든 직원을 색출하고 그 범죄의 무게만큼 법적, 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앞서 선관위는 감사원이 2023년 6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선관위를 상대로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을 하자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선관위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같은 선관위의 태도가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벌인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사실상 선관위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말았다.
그러나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가장 중립적이고 깨끗해야 할 선관위가 부정 채용으로 오염된 것을 용납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더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단순히 부정 채용자의 임용을 취소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책임은 물론 행정적인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는 말이다. 필요하다면 그로 인해 다시 직원을 채용하는 데 들어간 국민의 혈세를 청구하는 등 민사적인 책임까지 모두 물어야 한다. 선관위의 인적 혁신과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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