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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공천 파동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심리적인 분당’ 상태에 접어든 모양새다.
실제로 현역 의원들의 탈당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에서 40년간 몸담았던 설훈 의원은 28일 이재명 대표를 '연산군'으로 비유하며 "오늘 더불어민주당을 떠난다"라고 탈당을 선언했다. 불공정 공천 문제를 제기하며 탈당한 현역 의원으로는 벌써 4번째다.
전날에는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영순 의원이 탈당해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한다고 선언했다.
앞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은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서울 동작을 공천에서 배제된 이수진 의원이 탈당한 바 있다.
친문재인계 중진인 홍영표 의원도 탈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가 탈당하면 친문계의 연쇄 탈당이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 수가 두 자릿수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태다.
설사 탈당할 용기가 없어 당에 잔류하더라도 이미 친문계와 친명계는 한 식구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날 열린 의원총회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는 점이 그 단적인 모습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첫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한 것은 아예 노골적으로 ‘친문 공천학살’을 예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전날 임종석 전 실장이 출마를 준비해 온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임 전 실장을 다른 지역구에 공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 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에 대해선 아예 다른 지역에도 출마하지 못하도록 출마의 길을 원천 봉쇄한 셈이다.
그러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라며 당 지도부에서의 이탈을 선언했다.
고 위원의 사퇴는 임 전 실장의 공천 배제 직후 나온 것으로, 친명계가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친문계에 뒤집어씌운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됐다.
지금 친문계는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가 이달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를 방문해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라며 단합을 약조한 지 한 달도 안 돼 뒤통수를 친 것이라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이 선뜻 당을 뛰쳐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아닐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 때문에 탈당을 주저하게 된다는 말이다. 경선에서 20%~30% 페널티를 받아도 나는 이길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당에 잔류하게 되면, 그 결말은 비참할 것이다.
끓는 냄비 속 개구리 이야기가 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놀라서 뛰쳐나오겠지만. 서서히 데워지는 물에 넣으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있다가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 민주당 내 친문계의 모습이 꼭 그런 꼴이다.
강직한 성품의 정필모 의원이 왜 당 선거관리위원장에서 중도 사퇴했는가.
그는 전날 의총에서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리서치DNA’가 업체 선정 종료 후 추가로 포함된 이상한 과정을 폭로했다.
정 의원이 “누군가가 전화로 해당 분과위원한테 지시해서 끼워 넣었는데 누구 지시인지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나도 허위 보고를 받고 속았다”라고 폭로한 것.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공정한 선거관리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 선관위원장이었던 정 의원이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은 노골적인 편파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무슨 기대를 하고, 무슨 희망으로 그런 당에 남아 있는가.
그대들이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았다면, 과거 노무현이 민주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것처럼 그런 결단과 용기를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단언컨대 폭군 이재명이 장악한 민주당은 이제 희망이 없다. 대안 야당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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