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의 자성이 절실하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9-14 12: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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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이른바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4일 뉴스타파와 JTBC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여당은 이를 ‘희대의 대통령 바꿔치기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검찰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실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사건은 단순한 가짜뉴스 유포사건이 아니라 유권자의 선거 민심에 영향을 주고 자칫 결과를 뒤바꿀 수 있었던 중대 선거범죄이다.


    따라서 그 보도 경위와 공범 관계 등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 모두를 엄히 처벌해야만 한다.


    특히 언론인의 경험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정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언론 윤리 문제이기도 하다.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가 부산저축은행 대출은 대장동 수사 대상도 아니었고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적도 없다는 해명을 반복했다고 하는데도 일부 언론은 윤석열 당시 후보가 커피까지 타주면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실제로 JTBC는 지난해 대선을 보름 앞두고 남욱 변호사 진술조서를 근거로 "조우형 씨에게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인 윤석열 중수2과장이 커피를 타주고 대장동 관련 조사는 하지 않았다"라는 의혹을 보도했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것이다.


    법조 출입 기자라면 이런 정도는 간단히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인데 왜 그런 과정을 생략한 것일까?


    더구나 지난해 10월 JTBC를 퇴직하고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긴 봉모 기자는 왜 2021년 10월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 없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기사에 반영하지 않았을까?


    언론 밥을 30년 이상 먹어온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다.


    그리고 신학림 씨는 일찌감치 김 씨와의 대화를 녹음해 놓고, 그걸 6개월이나 지난 2022년 3월 뉴스타파에 녹취록을 제공하고, 뉴스타파는 이를 대선을 불과 사흘 남겨둔 이틀 뒤에 보도한 것일까?


    언론인이 특종을 잡고도 이를 6개월이나 묵혀 둔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특히 신학림 씨가 인터뷰 이후 김만배 씨로부터 3권의 책값 명목으로 1억 6500만 원을 받았다는 건 너무나도 수상하다.


    대체,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혹시 그 뒷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고 언급한 다음 날 김만배 씨가 허위 인터뷰를 했다. 그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였을까?


    기획자 김만배 씨의 장담대로 가짜 인터뷰 이후 대선까지 6개월간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일부 언론은 궤를 같이하면서 움직였다.


    그렇다면 기획자 김만배 씨 뒤에서 누군가 더 큰 그림을 그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이런 모든 궁금증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만 한다.


    다행인 것은 뒤늦게나마 서울중앙지검에 ‘대선개입여론조작사건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을 구성하고 이날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뉴스타파와 JTBC 본사, 한모 뉴스타파 기자와 JTBC 전 기자이자 현 뉴스타파 기자인 봉모 기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다는 점이다.


    보도 주체인 두 언론사에 인터뷰 전문 등 관련 자료가 보관돼 있을 것이고, 그것을 들여다보면 보도 경위와 공모 관계 확인도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드러날지도 모른다.


    모쪼록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이번 사건의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지고, 관련자 모두에게 엄히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가짜뉴스를 동원한 여론조작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언론인들의 반성이 절실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자정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사건을 ‘언론의 자유 축소’나 ‘언론 길들이기’의 기회로 활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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