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주당의 미운 오리 새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6-13 12: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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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22대 총선출마설이 확산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출마 자체를 반대하거나 출마하더라도 무소속으로 나가고 민주당에는 오지 말라며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조국 전 장관은 앞서 지난 10일 경남 양산 평산책방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술잔을 나눈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9년 8월 9일 검찰개혁의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무간지옥의 시련이 닥쳐 지금까지 진행 중"이라며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자책하며, 인고하고 감내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사실상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가 출마할 지역은 관악구라며 구체적인 출마 지역구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조국 전 장관은 장관 재직과 검찰 수사 당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한 바 있는데, 최근에 봉천동 두산 2차 아파트 43평형을 전세 8억 원에 계약하고 이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출마가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노골적으로 우리 당에는 들어오지 말라며 무소속 출마를 권유하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13일 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의 행보를 "총선 출마를 위한 몸풀기"로 규정하면서 "출마는 개인의 자유겠죠, 법적으로 할 수 있다면 하는 건데. 민주당에는 굉장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총선 때 '조국의 강'이 아닌 '조국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가 출마하겠다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 공천 기대하지 말고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라며 난리다. 한마디로 민주당에 들어오지 말라며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으로 조국 민정수석을 직접 보필했던 김영배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조국 전 장관이 정치적으로 거의 왕따, 고통을 엄청 당했다는 점에는 확실히 동의한다"라며 "정치적인 신원(伸· 가슴에 맺힌 한을 품) 요청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직접 민주당(후보)으로 출마하느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럽게 보는 편"이라며 "정당이라는 게 민주당만 있는 건 아니고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라고 했다. 민주당 간판으로 총선에 출마, '조국의 강'에 빠지게 만드는 건 피해야 하기에 굳이 나오겠다면 무소속으로 나오라는 거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의 출마설에 대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조국 전 장관에게 주변 분들이 출마를 권유한 건 좀 됐다"라며 "출마할 수 있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전제조건은 민주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나간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오지 말고 무소속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이 정치하려면 공천 신청은 물론 입당조차 하지 않고 출마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마디로 조 전 장관은 출마하더라도 당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소속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심지어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이 사실상 출마 선언을 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민주당은 '철저하게 무관심'을 보여야만 이른바 '조국의 강'으로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문재인 정권에서 잘 나가는 백조로 태어났지만, 어느새 민주당에는 미운털이 박힌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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