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공격 중단해주길” 李 자제요청에 반발까지
진중권 “세뇌시켜 써먹은 자, 군중에 잡아 먹힌다"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결과, 예상보다 이탈표가 많이 나오자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가결·기권·무효표 색출작업에 나선 가운데 5일 현재 당내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실제 이들 사이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영구제명 청원에 이어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처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들은 전날 이재명 대표가 "상대 진영이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 자제를 당부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반발하는 댓글을 남기는 등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실제 우모씨는 "독재와 싸우는 건 대표님 만이 아니다"라며 "수박들 편들지 마시고 우리편이 되어 달라"고 반발했고 김모씨는 "당 대표를 위하는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지지자 맘도 서운하다"는 댓글을 이 대표 페북에 남겼다.
심지어 'Picasoo'씨는 "그래서는 개혁은 되도 혁신은 물건너 간다. 대표님은 혁신할 생각은 없던 것"이라며 "좀 실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당 당원 청원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영구제명 청원에 7만명 가량의 권리당원이 동의한 상태다. 2만명이 동의하면 지도부에 청원 내용을 보고하고 5만명을 넘기면 지도부 논의를 거쳐 답하도록 돼 있다.
해당 청원자는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최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이탈 표결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투표 결과, 재석 297명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민주당 의석이 169석임에 비춰볼 때 약 30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셈이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들도 당내 반란표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이며 가세했다.
이들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결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의원총회와 당의 총의와 달리 투표하는 일이 발생했다.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여러 차례 진행된 당내 논의 과정에서 이 대표의 범죄사실이 소명됐다거나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자는 주장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단 한 사람도 하지 않았다.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포스터도 등장했다.
이 포스터는 '수박 7적 처단하자'는 제목 아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가 '첩자'라고 주장하는 내용과 이들의 얼굴, 휴대전화번호, 업무용 전화번호 등까지 담긴 채 SNS 등지에 퍼지고 있다.
이에 앞서는 이 대표 지지자들로 구성된 '수박깨기 운동본부'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수박들 꺼지라"거나 "수박을 깨자"고 외치는 집회를 열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단 의미로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이재명계를 지칭할 때 사용된다.
윤영찬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영구제명을 요청한 당 청원, 황당하다"며 "청원 취지에 언급된 여러 주장은 청원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성 내용"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그는 "당 대표의 신상 문제로 갈등하는 상황을 왜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전 대표 탓으로 돌리냐"면서 "남 탓을 하고 화를 내기 전에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악마화는 포퓰리즘의 제 1 원칙이다. 인과관계도 없는 뜬금없는 악마화는 당을 왜소하게 만들고 분열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 사태에 문재인 (전) 대통령님까지 끌어들여 '첩자'니 '처단'이니 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며 "가짜뉴스를 근거로 한 증오와 폭력에 문 대통령님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게 다 이재명이 부추긴 것”이라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대규모 이탈표 사태 이후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명계’에 대한 공격이 격화하면서 민주당 내홍이 고조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는 “이제 와서 말리는 척 해봐야 군중은 자기 동력을 갖고 있다. 일단 불이 붙으면 통제가 안 된다”며 "그들을 세뇌시켜 써먹는 이들은 결국 그 군중에 잡아먹히게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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