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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법' 상설특검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갑자기 채상병 특검법의 재의결을 오는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에 추진한다고 했다.
국회 규정을 고쳐 여당을 배제한 특검 후보 추천 방안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검토하던 민주당이 왜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린 것일까?
실제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할 수 없는 상설특검을 활용해 해병대원 특검법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특히 여야 추천 2명과 법무차관 등을 포함 총 7명으로 구성되는 상설특검후보추천위원회를 국회 규칙을 고쳐 여당 추천권을 배제하는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상설특검을 설치하는 데 있어선 여야가 동수로, 다수당을 따지지 않고 추천위원을 추천하는 게 기본적인 핵심 요소"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수사결과를 만들고, 수사기관도 만들겠다는 이야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매일 이런 식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꼼수 연구에만 혈안이 된 집단 같다"라며 "민주당이 국회규칙을 개정한다면 위법이고 위헌적"이라고 가세했다.
그런데 이날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시점에 대해 “전대 이후”라고 했다. 상설특검은 개인의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줄곧 상설특검을 이야기했던 민주당이 이처럼 갑자기 방향을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
채상병 특검법의 재의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야권이 제아무리 똘똘 뭉치더라도 총 108석의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 이탈표가 나와야만 가결된다. 그런데 현재 상황으로는 그게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 수 없는 상설특검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건 그런 이유다.
그런데 왜 이제는 상설특검이 아닌 재의결을 시도하되 그 시기를 여당 전대 이후로 미룬 것일까?
지금 당장 야권만으로는 재의결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여당의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유력한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대법원장 등 제삼자 추천 특검'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던 만큼 재의결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한동훈 당 대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의 불씨가 야권으로 번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당무 개입 의혹과 한동훈 후보의 불법 댓글팀 운영 논란을 ‘불법 국정농단’으로 규정했다. 이미 ‘한동훈 특검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조국혁신당은 불법 댓글팀 의혹을 고리로 특검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은 두말할 것 없이 특검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박은정 의원이 오늘내일 중에 면담 등을 통해 (법사위 상정) 날짜 윤곽을 잡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혁신당과 민주당이 손을 잡고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하거나 혁신당이 추진하고 민주당이 못 이기는 척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어쩌면 전대 이후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채상병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빅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즉 민주당이 혁신당의 ‘한동훈 특검법’을 보이콧 하는 대신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는 물밑협상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건 옳지 않다. 한동훈 특검법이 정쟁에 불과하듯 채상병 특검법 역시 정쟁의 도구일 뿐, 진실규명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개입하는 건 옳지 않다.
채상병 사망 사건이든 한동훈 댓글 의혹이든 필요하면 수사기관이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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