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낯 뜨거운 충성 경쟁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4-06-20 13: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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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민주당의 아버지"라거나 “집안의 큰 어르신”, “이재명의 시대”라는 등 아부성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이비어천가’를 부르는 그들의 낯 뜨거운 충성 경쟁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오죽하면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연호도 써야지"라고 비꼬았을까.


    실제로 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바이 수령, 이재명 주석 만세! '이재명의 시대'이니 연호도 써야지. 재명2년"이라고 꼬집었다. 아시아 군주국가에서 쓰던 기년법인 연호(年號)를 사용해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꼰 것이다.


    당내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면 민주당에서 발생한 ‘낯 뜨거운 일’이란 대체 무엇일까?


    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강민구 최고위원(지명직)과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강 최고위원은 처음 참석한 회의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라고 칭송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에 뒤질세라 충성 경쟁 대열에 끼어들었다.


    당원권을 강화한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역사는 민주당의 이번 일을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시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추켜세운 것.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 공적인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치 충성 경쟁이라도 하듯, 이런‘돌발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민주당이 이제는 ‘민주 공당’이 아니라 ‘이재명 사당’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최고위 회의는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당무와 각종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러한 공식 석상에서 당 대표를 ‘칭송’하는 ‘충성 경쟁’이 벌어졌다니 얼마나 한심한 정당인가.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이 한 방송에서 “저런 분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이재명 대표의 선구안, 감별 능력도 의심스러울 정도다. 결국은 민주당에도 좋지 않은 사당화의 하나의 증표처럼 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연유다.


    여당의 비판은 더욱 호되다.


    전주혜 의원은 “민주당의 아버지가 언제부터 이 대표였고 어떻게 지금이 이재명 시대냐.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지 군주국가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민주당 최고위에서 벌어진 낯 뜨거운 아부와 충성 경쟁이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람들, 김대중(DJ)·노무현 정신을 이어받겠다던 사람들은 어디 갔냐”라며 “위증교사, 검사 사칭 등 부정부패 혐의로 주 4회 법정에 서야 하는 사람에게 이어받을 정신이 무엇인가. 전통의 민주당이 범죄 혐의자가 대표가 된 작금의 현실에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이재명 사당이 된 민주당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명사부일체'에 '명비어천가' 수준"이라고 질책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낯이 뜨겁다. 위대한 조선노동당 중앙당대회 개회사냐. 충성 경쟁이 시작된 것 같다”라고 했고, 김웅 전 의원은 "아버지라는 사람이 음주운전, 검사 사칭, 이런 전과 4범에다가 지금도 4건으로 재판을 받는 그런 아버지를 두고 있는 민주당이 참으로 불쌍하다"라고 꼬집었다.


    김장겸 의원은 "조선노동당인 줄 착각했다. 우상화가 시작됐느냐"라며 혀를 찼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1인 독재 ‘이재명 사당’이 완성된 민주당의 일극 체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런 장면은 마치 북한 김정은 체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국민 2명 가운데 1명이 이재명 대표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이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임을 강행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을 군주국가의 백성처럼 여기는 이재명 대표의 연임은 일극 체제를 더욱 가속화 할 것이고, 그 당은 아무도 반대 소리를 내지 못하는 꼭두각시 정당이 되고 말 것이다. ‘공동묘지’처럼 죽음의 침묵만 흐르는 정당이라면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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