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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23일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경기도·인천시와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2024년 하반기에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내년 1월부터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면서 가계부담을 덜어주는 저탄소 교통복지 정책인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서민들의 교통비 절약과 탄소 저감을 위해 서울시에서 내놓은 새로운 교통카드이다.
서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물론 지하철과 따릉이까지 모두 횟수와 금액 제한 없이 월 65,000원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대중교통수단으로 흡입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로 인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다만 서울시에 노선 면허를 등록한 버스노선만 사용 가능해 경기도-인천 소속 광역버스 등과 함께 호환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협의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지난달 기후동행카드를 꺼낸 오세훈 시장은 불편함을 느끼는 수도권 주민들의 압박으로 경기도와 인천시가 자연스럽게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좋은 취지라고 생각하나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은 조금 아쉽다”라면서도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가 힘을 합쳐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으고 협의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협의 없이 추진한)서울시에 다소 유감스럽다”라면서도 "서울과 경기가 협의해 같이 운용하는 것이 맞다”라고 했다.
김동연 지사나 유정복 시장도 협의 없이 먼저 추진한 오세훈 시장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그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3개 시·도 교통 담당 국장급이 참여하는 수도권 협의체 회의를 한차례 가졌고, 11월 초에 2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김동연 지사의 입장이 돌변했다.
김 지사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내년 7월부터 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한 ‘The 경기패스’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깜짝 카드를 꺼낸 것.
김 지사는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일까?
아마도 그는 오세훈 시장을 차기 대선의 유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그에게 끌려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통합된 생활권인 수도권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오세훈 시장의 기후동행카드에 김동연 지사가 느닷없이 ‘The 경기패스’를 들고나온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고려한 어깃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교통비 할인이라는 선심성 정책에 불과한 ‘The 경기패스’는 탄소 저감이라는 목표를 가진 ‘기후동행카드’를 대체할 수 없다.
10월부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탄소배출량 보고가 의무화되었다. 2026년 본격적인 도입 전까지는 아직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각 국가의 탄소 저감 과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점이다.
오세훈 시장의 기후동행카드는 서민의 교통비 절약과 함께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 식 발상이 아니라 국가와 우리 기업의 세계적 경쟁력까지 고려한 정책이다.
단순히 교통비 환급금을 돌려주는 선심성 정책인 ‘The 경기패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한 어깃장을 놓기보다는 대의를 위해 ‘기후동행카드’ 실행을 위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협소하게 경기도만 보지 말고 오세훈 시장처럼 세계를 보는 안목을 가져보라는 말이다. 오 시장이 서울시정에만 전념하듯 김 지사도 경기도정에 전념하는 게 자신을 뽑아준 도민을 위하는 길임을 명심하라. 지금은 대권을 의식할 때가 아니다. 대권 경쟁은 나중에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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