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전한길, 毒인가 藥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5-09-09 13: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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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은 ‘김어준’이라는 강력한 스피커가 뉴스, 유튜브 등을 통해 당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대신 이야기해주는 걸 즐기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유명한 한국사 1타 강사였다가 12.3 계엄 이후 돌연 강경 보수 스피커로 돌변한 ‘전한길’에게 ‘김어준’과 같은 역할을 부여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사실 양당 모두 이들 유튜버의 영향력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먼저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을 보자.


    민주당 의원들은 22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강성 지지층을 주 시청자로 두고 있는 김 씨 채널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119명의 의원이 전화 인터뷰나 직접 출연 등으로 김어준 유튜브에 총 832회 출연했다. 그중 민주당 의원은 106명으로 전체 출연자의 89%를 차지한다. 최다 출연자는 45회의 김병주 의원이었고 박선원(42회), 박주민(35회), 김기표(34회), 양부남(27회) 의원이 뒤를 이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의원 시절에 두 차례나 출연했다.


    지난 전당대회 때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박찬대를 김어준을 등에 업은 정청래가 꺾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어준이 ‘민주당 상왕’이라 불리는 이유다.


    전한길 유튜브 채널은 어떤가.


    구독자 수가 김어준 채널에는 훨씬 못 미치는 55만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구독자들 대부분이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들인 탓에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장동혁과 김문수가 출연하기도 했으며, 그 두 사람이 결선투표에 올라 ‘전한길 파워’가 입증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정치권에 남긴 해악은 상당하다. 일개 유튜버에 의해 공당의 당론이 정해지거나 특히 협치가 실종되고 양당 모두 강경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현상을 비판하는 건 쉽지 않다. 김어준과 전한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집단린치를 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공천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린 김어준 씨를 비판했다가 그의 추종자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곽 의원은 8일 "출처가 분명하진 않지만 '우리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종류의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라며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권력자에 머리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 없다“라고도 했다.


    그러자 친여 성향 방송인 이동형씨가 한 유튜브 채널에서 “지금 각종 커뮤니티나 댓글을 한번 보라”며 “'곽상언 안 된다' ‘대통령님 사위 잘못 뒀네요’ (등으로) 도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음 경선에서 질 확률이 높다. 현실이 그렇다”고 곽 의원의 ‘낙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여권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곽 의원의 글에 악플 세례를 가했다.


    이런 현상은 국민의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노골적으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전한길에 대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과 인터뷰에서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당론에 버금가는 유튜버 김어준 씨를 비판하는 엄청난 용기를 보여 줬다"며 국민의힘도 '계몽령 앵무새'인 전한길 씨에게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관심조차 가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전씨가) 허언증처럼 '내가 몇 석이야'라고 하는 의도를 안다. 선거 때 내 영향력이 이만큼이니 나를 찾아오라는 것"이라면서 "그 사람들이 허언을 얘기하는 것은 돈벌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전한길 추종자들은 난리가 났다.


    김어준 추종자들이 곽상언 의원을 향해 뭇매를 가하는 것처럼 전한길 추종자들이 김재섭 의원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강성 우파는 김어준 행태를 비난하면서도 똑같은 행태를 보이는 전한길을 비난하면 난리가 난다. 반대로 강성 좌파는 전한길을 비난하면서도 김어준을 비난하면 발끈한다. 이런 모습이 정상은 아니다. 김어준과 전한길은 지지자들에겐 약(藥)일지 모르겠으나 정치권 전체를 보면 해악을 끼는 독(毒)일 뿐이다. 그러니 자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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