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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출마 야심을 드러낸 홍준표 대구시장은 23일 "대구시장 졸업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급해진다"라며 조기 대선 가능성에 상당히 들뜬 모습을 보였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마드(유목민) 인생이다. 태어나서 23번째로 이사한 게 대구"라며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연말이 뒤숭숭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어차피 대구시장은 4년만 하고 졸업하겠다는 생각으로 ‘대구혁신 100플러스 1’을 압축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했다.
마치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가 소풍 날을 손꼽아 기다리듯 조기 대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제정신인가 싶다. 화가 날 정도다.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시장 같은 자를 대선후보로 내세우면 보수 붕괴의 화룡점정을 찍으며 대선에서 9% 정도 득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그런 사람이 출마한다고 해서 화가 난 것은 아니다.
홍 시장이 비록 보수 진영 대권 주자들 가운데 확장성이 떨어지는 후보 가운데 하나일지라도 출마하는 건 자유다. 그걸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뿐,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마치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것처럼 마음이 들떠 “조급해진다”라거나 “뒤숭숭하다”라고 하니 화가 나는 것이다.
박정훈 의원도 23일 페이스북에 “탄핵 찬성파를 징계하라더니 이제는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벌써 마음이 들떠있는 이 분. 진심은 없고 노욕만 가득한 이런 분 탓에 우리가 후져 보이는 건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심지어 대구시정에는 마음이 떴다고 스스로 선언하고 있으니 정말 노답”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우재준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구시민과 당원들은 실의에 빠져 있다. 그런데 탄핵에 반대하신다던 홍 시장님은 누구보다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적었다.
과연 이런 사태를 즐기는 사람이 당의 원로가 맞는지 의문이다.
심하게 얘기하면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야 그 유산을 자신이 일찍 상속받을 거라는 생각에서 부모님이 빨리 돌아가시기를 기도하는 철부지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지금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과거 김무성 유승민 권성동 등 탄핵 찬성파들 때문에 박근혜가 탄핵 됐고, 그로 인해 보수가 처절하게 무너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제 겨우 주춧돌을 새롭게 하나둘 쌓아가고 있는 마당에 다시 윤석열 탄핵 정국으로 보수는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조기 대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 마음이 들뜬 홍 시장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철없는 계엄’을 옹호하라는 건 아니다. 비록 계엄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해도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의 횡포가 계엄을 부추긴 면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황당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삭감 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등 온갖 횡포를 자행한 탓에 윤석열 대통령이 오판한 것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탄핵은 분명히 과한 측면이 있다.
당의 원로라면 이런 의견을 제시하면서 행여 헌재 재판관들이 여론 재판을 하지 못하도록 힘을 보태는 게 맞다. 그런데 탄핵에 반대하던 홍 시장이 오히려 이런 사태를 즐기는 듯, 오직 조기 대선 출마만 생각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과거 이준석 의원을 향해 "착각에 휩싸인 어린애의 치기", “버릇없는 철부지”라고 비판했던 홍 시장의 이런 모습은 어떤 비판을 받아야 할까?
참 딱하다. 철없는 애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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