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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잘못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걸까.
물론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의문이 생기는 걸까.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면책특권 대상이 되는 행위는 국회 내에서의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 표현 행위 자체만 국한되지 않고 부수 행위까지 포함해 그 범위가 꽤 넓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들은 각 상임위나 국정감사장에서 국무위원 등에게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악의적인 질의를 하거나 발언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2일 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지난 7월 19-20일,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0여 명이 자정이 넘은 시각 청담동의 고급 술집에서 만났다"라는 황당무계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한동훈 장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가 녹취를 튼다고 하자 “의원님, 제가 기회를 드리겠다”라며 마지막 경고를 했음에도 김의겸 의원은 “필요 없다”라고 일축하면서 녹취를 틀었다.
녹취는 시민언론 더탐사가 제공한 "첼리스트 커플의 음성 녹취 제보"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의혹 제기 한 달만인 그해 11월 23일, 제보의 발단이 된 첼리스트가 경찰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진술함으로써 해당 의혹은 완전한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결국, 김의겸 의원은 허위에 근거해 한 장관과 대통령은 물론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여 명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은 셈이다.
면책특권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명예를 훼손한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이는 대단히 잘못된 제도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그런 김의겸 의원이 이번에도 크게 사고를 쳤다.
그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던 도중 '고(故) 채 상병 사건'의 수사기록으로 보이는 문건을 들어 보이며 "제가 지금 수사기록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해병대) 병장들이 한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문건을 읽어내려갈 때 회의장이 술렁였다.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선 '저거 받을 수 있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문건이 해병대 수사단의 기밀 문건이라면 유출자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김 의원은 공개될 수 없는 자료, 더구나 아직 경찰에 이첩도 되지 않은 자료, 특히 관계자들의 상세한 진술 내용까지 담겨 있는 자료를 가지고 상임위 현장에서 질의 자료로 활용한 것이다.
해병대 수사단장이 그 기록을 몰래 복사해서 김의겸 의원에게 전달했을 것이란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수사단장은 범법행위자가 되는 셈이다.
결국, 김 의원은 범법행위자로부터 불법적인 방식으로 기밀문서를 몰래 전달받은 또 다른 범법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기밀문서를 유출하고 그걸 공개석상에서 떠벌렸다.
엉터리 제보를 근거로 황당한 ‘청담동 술집’ 의혹을 터뜨릴 때처럼 면책특권을 믿는 모양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수사기록 유출은 ‘공무상 기밀 누설’에 해당하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
수사 관련자가 민감한 수사기록을 통째로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에게 넘겼다면 공무상 기밀 유출 죄에 해당한다.
우리 형법 제127조는 직무상 비밀누설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죄가 무겁다는 의미다.
따라서 누가 그런 짓을 벌였는지 조사해 관련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특히 군의 기강 차원에서도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현안보고에 참석한 국방부 차관도 보지 못한 수사기록이 어떻게 김의겸 의원에게 전달됐는지 그 과정에 김 의원의 범법 행위가 있다면 마땅히 김 의원도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정치생명은 끝이다.
어쩌면 제아무리 미꾸라지 같은 김 의원이라도 이번만큼은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믿고 너무 나간 탓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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