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사퇴 ‘미스터리’를 보면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12-20 13: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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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여당 대표의 사퇴 과정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다.


    그 과정에서 찍힌 의문부호가 여러 개다. 특히 공개되어선 안 될 내용이 공개된 것은 위험신호다. 그것이 의도적인 유출이어도 문제이고, 실수라고 해도 간과해선 안 될 매우 중대한 문제다.


    첫 번째 의문부호는 김기현이 대표직 사퇴 직전에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났다는 점이다.


    아니, 왜?


    곧 대표직에서 물러날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던 그를, 더구나 당을 떠나 신당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그를 사퇴 발표 직전에 만난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기현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준석 신당에 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그러면 왜 이준석을 만났느냐는 거다.


    두 번째 의문부호는 내년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49곳의 지역구 가운데 우세인 지역이 6곳에 그친다는 보고서가 유출됐다는 점이다. 이게 김기현 퇴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실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때만 해도 김기현 체제는 굳건하게 유지됐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띄우면서 잠시 불붙었던 김기현 퇴진론도 잠잠해진 것이다. 그런데 ‘서울 6곳 승리 예상’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의 유출로 수도권 의원들은 ‘발칵’ 뒤집혔고, 김기현 퇴진론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이 보고서는 소수만 열람하고 곧바로 ‘비공개’ 처리했는데 어떻게 언론에 흘러 들어간 것일까?
    누군가 김기현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흘린 것일까?


    아니면 관련자 가운데 누군가의 실수로 언론에 흘러 들어간 것일까?


    의도적이든 실수든 비공개 정보를 유출한 관련자를 찾아내 엄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그런 정보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올 텐데, 그대로 지나치면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실과 김기현 대표 두 사람 간의 긴밀한 대화가 언론에 보도됐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이 김 전 대표의 당 대표직 유지와 불출마를 설득했다는 내용에 더하여 김 전 대표가 응답이 없자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전언까지 보도됐다. 그 보도의 진위와 상관없이 이런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했다는 뜻으로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여권에 결코 좋은 내용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누군가는 언론에 흘렸고, 그 결과 김기현은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물러나는 과정에서 의문부호가 찍혔다.


    집권당의 대표가 물러나는데도 그는 통상적인 기자회견조차 열지 않았다.


    잠시 잠행하다가 불쑥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퇴를 발표한 것이 전부다.


    대체 왜 이런 이상한 일들이 발생한 것일까?


    이 모두가 누군가 의도한 것이라면, 그렇게 해서 ‘김기현 퇴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면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정보들이 언론에 아무 여과장치 없이 흘러갔더라도 이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공직자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 특히 고급 정보를 다루는 대통령실에 근무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당직자들 역시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있어선 안 될 일들이 여권에서 발생했다. 혹여 이런 현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세력의 공천권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런데 걱정이다. 김기현이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히자마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을 보면 아무래도 ‘공천권 다툼’과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곧 들어서게 될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공정한 공천 작업으로 이런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여권이 승리하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뒷받침이 될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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