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지연 전략은 묘수? 자충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8-28 13:55:32
    • 카카오톡 보내기

     
    주필 고하승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내달 정기국회 본회의가 없는 주간에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제3자뇌물’ 혐의로 이 대표에게 오는 3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이에 이 대표는 통보 이튿날인 24일 조사를 받겠다고 했으나, 검찰이 이를 거부하면서 예정대로 30일에 조사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검찰 출석일을 제멋대로 ‘9월 본회의가 없는 주간’으로 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9월 11일 이후에나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황당하다. 지금 이재명 대표는 참고인 신분이 아니라 피의자 신분이다.


    만일 범죄 혐의가 있는 일반 국민이라면 검찰이 정한 날짜의 소환에 불응하며 출석일은 자신이 정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야당 대표라는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방탄’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은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


    지난 2019년 김성태 전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요청으로,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핵심 당사자인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거듭 주장해왔다.


    대북송금을 결정할 때마다 이 전 부지사를 거쳐 이 대표와 통화한 만큼 대납 사실을 알았을 거라는 거다.


    대납해준 이유에 대해선 경기도가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도와주기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 부지사가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도 그동안 부인해오던 입장을 지난 6월에 뒤집어 쌍방울에 이 대표의 방북을 신경 써달라고 말했고, 이를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각각 경기도 대변인과 정책실장이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이 대표 소환만을 남겨둔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검찰 출석일을 ‘9월 본회의가 없는 주간’으로 정하니 이게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가.


    그냥 검찰이 소환 통보한 대로 30일에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 되는 일이다. 그날이 정치적으로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거부하고 9월 11일 이후에 조사를 받겠다는 건 검찰 수사를 하루라도 더 지연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은 이 대표 최측근들의 재판 고의 지연 등 ‘조직적 사법 방해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마당이다.


    실제로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민주당 내 대표적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과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 부지사의 변호사 선임 문제로 재판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은 박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묵인·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재판 지연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 출석일을 늦춰 수사를 지연하고 재판을 고의로 지연한다고 해서 있는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대표의 묵인·지시 등이 확인될 경우, 이 대표는 기존 혐의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증거인멸 교사 등이 추가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수사팀은 9월 중 청구가 유력한 이 대표 구속영장에 ‘증거인멸 우려 사유’를 자세하게 적시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다.


    검찰 출석일을 늦추는 전략 역시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체포동의안이 검찰 소환조사 이후 곧바로 청구될 경우, ‘가결’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묘수’라고 생각해낸 사법 지연 전략이 자신을 옭아매는 ‘자충수’가 되는 셈이다.

     

    자업자득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