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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30년 이상을 언론인의 긍지 하나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어디 가서 언론인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럽게 됐다.
오직 사실만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할 언론인 출신 두 사람이 작당하고 ‘허위 인터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실제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는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학림 씨와 공모해 2021년 9월 15일에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주임 검사이던 윤석열 중수2과장이 대출브로커 조우형의 수사를 덮어줬다'라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담긴 인터뷰를 했고, 그 인터뷰를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 6일 뉴스타파를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이런 허위사실을 담은 인터뷰를 해준 대가로 신 씨에게 1억6500만 원을 준 혐의도 받는다. 신 씨는 이 돈이 자신의 책값 명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책값을 1억6000만원씩 주고 어떻게 사느냐”며 “노벨문학상 받은 책을 쓴 것도 아니고”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교수도 “‘님의 침묵’ 초판이 1억5000만원”이라며 “그 기록을 깼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책의 저자는 신학림 씨”라고 비아냥거렸다.
만일 김 씨와 신 씨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이는 전.현직 언론인들이 작당해 대장동 ‘몸통’을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로 바꿔치기하려 했다는 점에서 희대의 정치 공작이자 중대한 국기문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검찰이 6일 오전 배임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 씨의 주거지, 화천대유 사무실 등 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고, 신 씨에 대해선 이날 소환조사를 통보한 것을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신 씨에 대해선 이미 지난 1일 압수수색을 단행한 바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당시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무마해주면서 이 대출금이 대장동의 종잣돈이 됐다는 '프레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김 씨와 신 씨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참담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 두 사람 모두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김 씨는 한국일보사 공채로 입사한 뒤 일간스포츠, 뉴시스를 거쳐 머니투데이 기자로 활동했으며, 머니투데이에선 사회부 법조팀장(부장 대우)를 거쳐 부국장 자리까지 올랐던 자다.
신 씨도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까지 지낸 자다.
만일 이들이 공모해 정치 공작을 했다면, 이는 진실을 전달해야 할 언론인들이 의도적으로 거짓을 전달한 것이기에 같은 언론인으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어쩌면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검찰은 이 인터뷰 보도뿐만 아니라 전후 유사 보도가 이루어진 경위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2월 21일 JTBC는 ‘주임 검사가 조 씨에게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잘해줬다고 말했다’라는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을 소개한 후 “당시 주임 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달 28일에도 조 씨가 검찰에 출석해 주임 검사와 커피를 마시고 금방 나왔다는 얘기를 주변에 영웅담처럼 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두 기사를 쓴 기자는 이후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겼다.
그 기자 역시 가짜뉴스를 퍼드리는 데 일조한 셈이다.
언론인들이라면 당연히 이들 사이비 언론인들의 행태에 분노해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를 하거나 짐짓 모른 척해선 안 된다. 추락한 언론인들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뜻있는 언론인들이 나서서 이들의 잘못된 행태를 준엄하게 꾸짖어야 한다. 침묵하는 건 사이비 언론에 동조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진보 언론, 보수 언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작당해 ‘가짜뉴스’를 퍼뜨린 ‘가짜 언론인’들을 질타하는 데 진영이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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