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낙연 신당 창당 움직임을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반발의 강도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초선 의원들이 최근 새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낙연 전 대표를 만류하는 호소문을 만들어 민주당 의원들의 연명을 받았지만,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획기적인 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강득구·강준현·이소영 의원은 지난 14일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추진 중단 호소문' 제목의 글을 올렸으며 18일 오전 현재 민주당 의원 100여 명이 동참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 채널A 뉴스에 출연해 "그 정도면 나하고 무슨 대화를 한다든가, 물어본다든가 해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그러고 있다"라며 "그쪽 동네의 오래된 정치 습관 같은 것이 조롱하고 모욕하고 압박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해온 버릇 때문에 그런지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사퇴와 계파를 아우르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현역의원들 사이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분들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추진을 중단할 변수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획기적 변화가 아니고, 미봉한다든가 현 체제를 그냥 유지한다든가, 대리인을 내세워서 사실상 현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면 그것은 별반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창당을 결단할 시기와 관련해선 "새해 초에 국민께 보고드리겠다 했다. 그 말의 뜻은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12월 말까지 민주당에 이재명 사퇴와 친명계 2선 후퇴가 없는 한 새해 1월에는 신당을 창당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언론에서는 명분도 없고 현역의원들의 참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낙연 신당’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물론 아직은 논의 단계여서 섣부르게 단정할 수 없지만, 선거제 개편 논의와 관련 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위해 명분 쌓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진짜로 병립형이 현실화하면 그것은 정치개혁을 약속을 뒤집는 것이어서 ‘탈당 명분’이 된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면 그건 자신을 위한 ‘선거제 개편’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신파 의원들의 탈당 행렬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탈당 의원들은 혁신파, 남아있는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으로 분류돼 명분상에서도 ‘이낙연 당’이 ‘이재명 당’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지난 총선 당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받았던 성적표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민주당 내 이낙연 신당 반대론자들은 "분열은 필패다"라며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대적 과제다. 그 어느 때보다 단결의 정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나게 잘하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온갖 범죄 혐의가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보다는 훨씬 낫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민주당 승리’가 과연 절박한 시대적 과제일 수 있겠는가. 또 그걸 위해 ‘단결’하는 게 과연 옳은 방향인지도 의문이다.
아니다. 그건 답이 아니다.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로 치닫는 지금, 야당은 대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이 ‘이낙연 신당’일 수도 있다.
공당인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하든 말든 그 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면, 그런 정당은 희망이 없다. 비록 야당이 둘로 쪼개지더라도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으로 탈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소수일지라도 거기에 희망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 내에서 100여 명이 신당 창당 움직임을 조롱하고 저주하더라도 이낙연 전 대표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은 그런 자신감의 발로일 것이다. 이낙연 신당 창당을 지지하는 이유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