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재판 재개’ 요청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5-11-03 13: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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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법안에 대해 "이제부터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으로 호칭하겠다"라고 밝혔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21세기 버전 같아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그 호칭을 뭐라고 하든 피의자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중단시키는 법’이라는 추악한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악취가 ‘풀풀’ 나는 쓰레기를 예쁘게 포장하여 다른 호칭으로 부른다고 해서 악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다.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는 "이런 걸 완곡어법 (euphemism)이라고 한다"라면서 "정치적으로는 전체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악행을 감추기 위해 종종 사용했다"라고 지적했다.


    독재자들이 정치적 목적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언어학적 전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옛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선 언어를 혼란 시키라”라고 했고, 소련 공산혁명 지도자 레닌도 "혁명을 위해 용어를 혼란 시키라"라는 말을 했다.


    히틀러의 나치도 ‘고문’이라는 인간파괴의 악랄한 본질을 감추기 위해 ‘강력심문’으로 부르는가 하면, 유대인을 죽음의 강제수용소로 끌고 가면서도 별 것 아니라는 듯 ‘대피 조치’라고 순화했다.


    마찬가지로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이라는 용어는 ‘재판중지’라는 추악한 본질을 감추기 위한 레닌과 스탈린, 히틀러 등 독재자들이 쓰던 ‘언어 혼란’ 수법에 불과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재명 재판중지법을 어떻게 호칭하든, 그 사악한 의도가 명백한 만큼 그걸 따를 이유는 없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당 주도로 이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의결한 뒤 6월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본회의 직전 처리를 연기했다.


    이재명 대통령 방탄 입법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실제로 재판중지법은 ‘이재명 지키기 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민심이 흔들리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났었다.


    그런데도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 법안이 이미 국회 본회의에 계류된 만큼 이번 달 내 처리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며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혹시 지금은 민심이 조금 수그러들어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다. 대장동 비리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5인방이 모두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런데 그런 대장동을 설계했다는 이재명 대통령은 재판조차 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민심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여기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기름을 부은 것이다.


    만일 민주당이 이런 민심을 외면하고 재판중지법을 강행 처리한다면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러 폭발할지도 모른다.


    뒤늦게나마 민주당이 이런 민심을 간파하고 단 하루 만에 '재판중지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만큼 '위인설법' 논란에 더해 법안 명칭을 국정안정법으로 바꿔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여론의 비판에 부딪히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배임죄를 폐지한다거나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 등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지은 죄를 사라지게 하는 그 어떤 법안도 추진해선 안 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재판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최근에는 국감장에서 이 대통령 재판 재개 가능성 질문에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법관도 있었다.


    임기 내에라도 언제든 사법부가 결단하면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대통령은 지금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아마 밤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허다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대통령이 직접 사법부에 재판 재개를 요청해 유무죄 판단을 받는 건 어떨까?


    죄가 없다면 무죄 판결을 받아 원만하게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죄를 지었으면 응당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게 법치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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