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삼권분립’을 기억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4-11-14 13: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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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사법부를 향한 민주당의 겁박이 아주 노골적이다. 이제는 국민의 눈치조차 보지 않는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마저 “너무 속 보이는 짓”이라며 눈살을 찌푸릴 정도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재판 당일인 15일 당 지도부를 비롯한 당 주요 인사들이 서울중앙지법 앞 집회에 참석하고, 선고가 나온 이후엔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대표 재판 직전 법원 앞에 모일 것을 당 의원들 전체에 공지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당내 최대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서울중앙지검 서문 우측에서 2개 차로를 점거하는 집회를 신고하는 등 시위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실제로 혁신회의는 상임위원 약 2000명에게 보낸 문자 공지에서 “버스, 비행기 등 이동 비용은 중앙 차원에서 보장한다. 최대한 많은 분이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조직해달라”며 총동원령을 내렸다. 돈까지 줘 가면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선 셈이다.


    앞서 당내 ‘검사독재대책위원회’와 ‘사법정의특위’ 등은 지난 13일 잇달아 공개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 발언의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 섬뜩할 정도다.


    양부남 의원은 “사법부가 이 정권의 사법 살인에 동조한다면 15일 재판은 사법부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법원을 겁박했고, 검찰 출신인 이성윤 의원은 “검찰을 죽여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나온다”라며 이재명 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향해 날을 세웠다.


    이쯤 되면 아무리 강단 있는 판사라도 자연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심한 판사라면 겁먹을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와 확정되면 이재명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에게는 치명적이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거법 제265조의2 항에 따라 민주당은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 원도 반환해야 한다. 이재명은 물론 제1야당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민주당이 어떤 정당인가.


    170석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국회에서 입법독재를 자행하고 있는 정당이다. 그런 정당의 대표로 있는 이재명은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불린다. 판사 개인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큰 힘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사가 유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해괴망측한 얘기를 한다. (이 대표) 당선 무효형이 나오면 (민주당이 대선 선거비용)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하고, 토해내면 다수당인 민주당이 공중분해 될 거라는 일종의 자해 마케팅으로 판사를 겁박하고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라며 “434억 원을 반환해도 민주당에 500억 원 가까이 자산이 남는다는 분석이 있다. 당선 무효형이 나와도 공중분해 안 된다. 민주당의 그런 자해 마케팅은 안 통한다”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연유다.


    판사는 민주당의 겁박에 위축되거나 정치적 파장 등을 우려하지 말고 오직 법리에 따라 적정한 형을 선고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을 앞둔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을 안 하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응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해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받다가 숨진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아느냐’라는 질문에 “몰랐다”라고 거짓 답변을 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판사는 이 명백한 사실 앞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 판단은 입법부의 역할이다. 사법부는 그런 정치적인 고려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직 법리에 따라 판결하면 된다. 어쩌면 권순일 대법관 등으로 인해 실추된 사법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용기 있는 판결을 기대한다. 온전한 삼권분립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명심하시라. 사법부는 입법부의 하부 조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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