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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조기 전당대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사실일까?
다음 당 대표는 ‘나’라고 생각하는 비교적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나 그 주변 인사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침묵하는 대다수 의원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조기 전당대회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김문수 쪽 사람들 아니면 한동훈계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가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나왔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적임자’를 묻자 김문수(20.3%)와 한동훈(16.3%)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 내 접전을 벌였다. 이어 안철수 의원 9.6%,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6.1%, 나경원 의원 5.3% 순으로 나타났다. 잘 모름과 기타는 각각 26.2%, 16.1%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두 사람 모두 이번 전대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 경선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맞붙으면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만일 두 사람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안철수와 나경원, 김기현 같은 사람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들이 모두 조기 전대에 찬성하고 나선 것은 그런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결국, 김문수 한동훈 안철수 나경원 김기현 등이 모두 조기 전대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서로 ‘차기 당 대표는 내가 될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을 당 대표로 특정하고 그래도 동의하느냐고 물으면 당사자를 제외한 모두가 반대할 것이다.
당내에서 침묵하는 상당수 의원이 갈등을 유발하는 조기 전대보다 당을 혁신할 비대위 체제 구성을 더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의원들에게 개인적인 견해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물론 이재명 정권의 ‘내란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물, 그리고 당을 파격적으로 혁신할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임 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켜 왔지만, 대부분이 실패했다. 비대위 체제를 구성하는 주체가 다루기 쉬운 적당한 인물을 골라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운 까닭이다.
만일 이번에도 그런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당을 파격적으로 쇄신할 인물이 필요다. 그러자면 풍부한 경륜과 소신이 있는 인사라야 한다.
특히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당당하게 맞서 싸울 정도의 무게감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에서 자유로운 인사라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당내에선 그런 인사를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어쩔 수 없이 당 밖 인사 가운데서 그런 인사를 찾아야만 한다. 눈을 돌려 보면 그런 인사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재명 총통 시대’가 올 것을 우려하며 가장 먼저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백의종군’ 상태에서 끝까지 지원 유세를 함께 했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라면 어떨까?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서로 ‘차기 당 대표는 나’라는 동상이몽만 아니라면 충분히 고려할만한 일이다.
물론 그가 구정물에 발을 담그듯 선뜻 비대위원장 요청을 승낙할지는 의문이다. 다만 그가 비록 민주당 당 대표를 지냈다고는 원래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출마해 경기도지사까지 지낸 인물인 만큼 당내에선 그와 가까운 의원들이 상당수다. 그들이 간곡하게 청하면 그의 성품상 차마 뿌리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참패가 예상되는 지방선거의 유일한 승리 비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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