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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국장은 평소에 좋은 칼럼을 많이 쓰시기 때문에 저도 칼럼을 열심히 읽는 애독자입니다. 정확한 예측과 분석, 이런 것이 상당히 놀라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때론 정치인보다 정치를 더 잘 아시는 게 아닌가 그런 느낌을 갖곤 합니다, 앞으로 깊은 능력으로 국가발전과 정치 발전을 위해서 더 크게 일조하시게 되길 바랍니다. 출판기념회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필자가 편집국장으로 재임 당시 출간한 모 책자의 출판기념회에 직접 참석, 이렇게 축하를 해주었다.
아마도 정치인이 아닌 사람의 출판기념회에 그가 직접 참석해 축사한 것은 그것이 최초이자 전무후무한 사례일 것이다. 그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필자가 각별한 애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가 탄핵을 당했을 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큰 기대를 걸었기에 실망감도 그만큼 컸지만, 인간적으로는 그냥 아팠다. 아파도 너무나 아팠다.
그런 그가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담담히 밝혔다.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비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서도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이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책임을 주변 사람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통상의 정치인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비위 사실을) 듣고 정말 너무 놀랐다”라며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번도 최 원장이 자신을 이용해 사적인 잇속을 챙긴다거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심 없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게 죄가 된 셈이다.
그러나 그것도 죄라면 죄다. 다만 그로 인해 ‘박근혜 정부는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로 낙인 찍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제가 받아들인다”라면서도 “그러나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다’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반박했다.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이 언급했 듯이 통합진보당 해산,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등은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진 일들이다.
특히 필자는 그 누구도 추진하지 못했던 공무원연금개혁의 디딤돌을 놓았던 점을 높이 평가한다. 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빈번한 지금, 사드를 배치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실패한 대통령일지 몰라도 박근혜 정부만큼은 비교적 성공한 정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 비하면 특히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권 일각에선 총선 승리를 위해 ‘박근혜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라며 “친박계가 정치를 다시 시작한다면서 이것이 저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고,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칭 친박이라는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마음을 존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정치 현장을 기웃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정치 이슈에 이런저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얼마나 꼴불견인가. 박 전 대통령도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이기 바라는가. 아니라면 이제 그를 놓아주는 게 맞다. 그게 그를 향한 존경의 표시이자 사랑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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