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예비용’ 대선후보?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4-07-17 14: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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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에 대해 당 안팎에선 “경선용” 대선후보라거나 “예비용” 대선후보라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만, 무당층을 비롯한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확정성’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17일 이런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최 전 수석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 시사’와 인터뷰에서 “축구에서도 국내에서는 훨훨 날고 국제 경기만 나가면 옴짝달싹 못 하는 선수들이 있다”라면서 “예선용 정당, 예선용 후보가 되면 곤란하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는 축구에 비교하면 국제경기용 선수가 아니라 국내용 선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즉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타당 후보와 대결할 때 경쟁력을 지닌 본선용 후보가 아니라, 단지 당내에서만 경쟁력이 있는 예선용 후보라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재성 전 수석의 이런 우려가 한낱 기우(杞憂)만은 아닌 듯싶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 이후 ‘이재명 당’으로 급속하게 재편됐다.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을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등 그의 앞길에 비단길을 깔아 놓았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너도나도 모두가 앞다퉈 ‘이재명 만세’를 외치는 실정이다. 심지어 한 최고위원은 이재명을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이재명에게 맞설 수 있겠는가.


    실제로 뉴시스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4일과 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301명)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85.6%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김두관 후보는 8.0%, 김지수 후보는 2.8%에 그쳤다.


    이런 상태라면 전당대회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이재명 추대 대회’가 되는 게 민망해서 형식적으로 경선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약속 대련’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데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재명 후보 45.5%, 김두관 후보 30.8%, 김지수 후보 3.4%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은 20.3%였다.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약골’이라는 평가받는 후보들조차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개딸들’ 등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절대 우위를 보이지만 중도층을 포함한 일반 국민으로 폭을 넓히면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해 ‘경선용 대선후보’라는 비판이 나오는 건 이런 연유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가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총선 승리 이후, 그리고 이재명 전 대표가 연임을 위해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든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을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여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들 간에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는데도 전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당’으로 변신한 민주당 지지율은 30.0%로, 41.0%의 지지를 받은 국민의힘에 크게 뒤졌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3.1%p)를 크게 벗어 무려 11.0%P에 달했다.


    이재명 본인은 물론 ‘이재명의 민주당’마저 ‘중도 확장’에서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칼럼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100% ARS 조사, 응답률 1.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그나저나 이재명이 예선용 대선후보라면 민주당의 본선용 대선 후보는 누구일까?


    아무리 봐도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이 당내 경쟁자들 씨를 말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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