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탄핵’ 한다고? ‘해임’이 아니고?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9-12 1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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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당 대표의 뜻에 따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국회법 134조 2항에 따르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탄핵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그를 해임할 수 없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이 선고되기까지 수개월 동안 대통령은 후임 장관을 임명할 수 없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발의와 재적 의원 과반수(150명)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원내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탄핵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국방을 책임지는 장관을 탄핵으로 수개월 간 공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잇달아 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병철·박정천 등 군부 실세들을 대동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지난 10일 전용 열차로 평양을 떠나 러시아로 향한 시점이다.


    조만간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 속에 무기 거래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지 우려하는 국제사회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엄중한 상황에서 국방 공백을 초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종섭 장관 교체설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마당 아닌가.


    실제로 이종섭 장관을 포함한 대대적 개각이 단행될 것이란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그런데도 굳이 탄핵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8일만 해도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외압 사건 진상규명 특검법 추진을 결의하며 장관 해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사흘 만에 무리한 수를 둔 것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목적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정말 그게 목적이라면, 해임건의안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굳이 국방 공백의 장기화를 초래할 것이 빤한 탄핵을 추진한다면 그 의도는 명백한 거 아닌가.


    누가 보아도 이건 ‘이재명 방탄’이다.


    사실 이종섭 탄핵 추진은 민주당에 악재다.


    김정은과 푸틴이 만나는 냉혹한 시기에 민주당이 안보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 당으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검찰 소환조사를 하루 앞둔 11일 느닷없이 이종섭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실제로 단식 때문에 최고위원회조차 참석하지 못한 이재명 대표가 그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명령"이라면서 "민주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탄핵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당 지도부는 이종섭 탄핵을 추진하기 위해 12일 의원총회를 연다고 밝혔고, 당은 일사불란하게 탄핵 강행 움직임을 보였다.


    만에 하나 국방부 장관 탄핵 시기에 북한이 국지적 도발이라도 감행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로 인해 이 대표가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고작 자신의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는 정도일 것이다. 그것이 이 대표 자신에게는 매우 중대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국민에게는 아니다, 야당 대표의 검찰 수사 지연이 국가의 국방 공백과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데 동의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말 자신의 수사지연을 위해 국방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라면, 이 대표는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자다. 아니 그런 자는 정치를 해서도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종섭 장관은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만약 탄핵의 사태가 발생하면 업무 정지 등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해 거취를 고민해왔던 이 장관이 이런 결단을 내린 것에 박수를 보낸다.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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