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해 9월 18일 조국 대표의 아들에게 인턴 확인서를 거짓으로 써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씨에게 업무방해죄 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회자 됐다.
고작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범죄를 하나 단죄하는 데 무려 6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에 대한 질타다.
실제로 상고심까지 3년 8개월이 걸렸고, 대법원 최종심도 1년 4개월이나 소요됐다. 그 덕분에 최강욱은 국회의원 임기 4년 중 3년 5개월간이나 국회의원 신분으로 모든 혜택을 누렸고 세비까지 꼬박꼬박 챙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가 범죄자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이처럼 ‘지연된 정의’로 인해 범죄자의 배를 채워준 사례가 어디 최 씨 한 사람뿐인가.
윤미향 씨도 마찬가지다.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횡령했다는 파렴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에 대해 대법원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14일 확정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임기 중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지만, 윤미향은 임기 종료 때까지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아 지난 5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것이다. 4년간 아까운 국민 혈세가 파렴치한 범죄자의 배를 채우는 데 사용된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황운하 의원에 대해선 거의 4년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금배지를 달고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재판마저 질질 시간 끌기를 한다면 설사 1심 실형이 그대로 확정된다고 해도 그는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울지 모른다. 최강욱 윤미향과 마찬가지로 아까운 국민 혈세가 파렴치한 범죄자의 배를 채우는 데 사용되는 셈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태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런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연된 정의’로 인해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문제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그는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사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이른바 ‘633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이라는 게 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 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 규정에 따르면 선거범 등에 대한 재판은 다른 재판보다 우선하여 신속히 진행하고, 1심 선고는 기소 6개월 이내, 2심 및 3심은 원심 선고로부터 3개월 이내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긴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느닷없는 단식과 병원 입원 등으로 재판을 지연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 ‘꼼수’로 1심에만 무려 2년 2개월이나 재판이 지연됐다. 이 대표가 연루된 다른 재판들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재판하는 재판부가 이 대표 측을 향해 “재판이 이렇게 지연되는 경우는 처음 본다”라며 혀를 찼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지연방지 테스크포스(TF)를 20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TF는 팀장인 강태욱 트리니티 로펌 대표 변호사를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됐으며, 첫 과제로 공직선거법상 6개월에 1심 재판을 마쳐야 하는데, 어떻게 2년 2개월이나 지연시켰는지 그 지연 수법을 분석해서 공개하고, 2심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했다.
비록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필요한 일이기에 환영하는 바다.
특히 공선법 위반, 위증교사 2심에 대해 기일마다 재판 지연 꼼수가 없는지 철저히 모니터링해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고 재판부 등에 법률적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법원의 의지다. 사법부가 일개 범죄혐의자의 눈치를 본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다. 아무리 그가 입법부를 장악한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해도 사법부가 스스로 그의 발아래 엎드리는 모습을 보이는 건 옳지 않다. 당당하고도 신속한 판결로 사법부의 위상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