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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대표의 사퇴로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할지를 두고 당내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일단 한동훈 장관의 필요성에 대해선 절대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물론 유승민계 김웅 의원이 "의총이 북한이 김주애에게 하듯이 한 장관을 새 영도자로 추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냐. 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통령 아바타인 한 장관을 올려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그에 동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에 상당수가 공감했으며, 하태경 의원 등 극히 일부가 ‘정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업무를 수행하다가 혹시 상처를 입게 된다면 외려 당의 손해일 수 있다’라는 해괴한 논리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정말 황당하다. 정치 경험이 없어서 비대위원장 업무를 수행하다가 상처를 입을 정도로 무능한 사람이라면 선대위원장직을 맡아서도 안 된다.
이런 의견은 마치 한 장관을 미래를 위해 아끼자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정치 경험이 없다’라는 점을 부각하며 그를 은근히 폄훼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년 총선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있는 자원을 아끼고 다음 대선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어리석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권 재창출의 꿈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러자면 있는 모든 자원을 끌어모아 전력투구해야 한다.
한동훈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하는 이유다.
선대위원장은 사실상 얼굴마담에 불과하지만, 비대위원장은 공천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이 따른다. 그러기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
또 현재의 수직적 당청 관계를 청산하고 협력적 관계로 새롭게 당청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그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걸 당당하게 주문할 수 있는 사람이 한동훈 장관이다. 지금 여권에서 격의 없이 대통령과 대화하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한 장과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사실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장관을 ‘윤석열 아바타’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검사’라는 공통점 외에는 다른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
술을 즐기는 윤 대통령과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한 장관이다. 윤 대통령이 동네 아저씨 같은 이미지라면 한 장관은 강남 멋쟁이 같은 스타일이다.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2030 세대는 물론 여성 유권자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스타 장관이다.
전략적으로 그런 자산을 활용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활용한다면 얼굴마담 격인 선대위원장이 아니라 실권을 주고 그에 따른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게 맞다.
이 당연한 길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한 장관의 필요성을 부정하며 악담을 퍼붓는 김웅 의원의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조차 없다.
그는 이상한 ‘고발 사주’ 의혹의 중심인물로 국민의힘에 있어선 안 될 사람이다. 그런 그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인 여당 텃밭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가 유승민 이준석 하태경 등이 만든 새로운보수당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동훈을 아껴야 한다며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하태경 의원의 말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검은 속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만 그러기에는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이번 주에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은 윤재옥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명한다. 이어 당 최고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서 후보자 임명안이 의결되면 임명 절차가 끝난다. 이미 비대위원장 인선 수렴을 위해 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 이어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까지 마친 상태다. 거쳐야 할 절차는 모두 거쳤고, 여론도 확인됐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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