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없는 야당은 죽은 정당이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5-08-07 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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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쇄신의 첫 출발은 야당으로서 제대로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고 여당과 제대로 싸우는 국민의힘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조경태 의원과 함께 1차 관문을 통과한 장동혁 의원의 말이다.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너무나 무기력하다. 아예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7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정당 지지율이 10%대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강선우 의원의 보좌진 갑질, 이춘석 의원의 차명 거래 의혹 등 집권 세력의 어이없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이재명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제1야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특히 이춘석 사건은 성난 ‘개미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500시대’를 열겠다고 큰소리쳤었다.


    그런데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코스피와 코스닥이 정부의 세제개편안 때문에 4% 안팎으로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 사건이 발생했다.


    단 하루 만에 개미 투자자들의 호주머니에서 100조 원 이상이 증발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민심은 폭발했고, 이날 기준으로 ‘10억 원 대주주 기준’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무려 15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결국, 민주당은 ‘10억 원 대주주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세재 개편안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처럼 민주당이 스스로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도록 만든 힘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아니라 바로 성난 민심이었다. 사실 국민의힘은 그 과정에서도 무기력하기만 했다.


    대체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의 잇따른 악재에도 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일까?


    심각한 내부 갈등 탓이다.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는 ‘탄핵 반대파’와 ‘탄핵 찬성파’가 격돌하면서 갈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던 주진우 의원이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것은 그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1차 관문인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은 김문수와 장동혁 같은 반탄파 아니면 안철수와 조경태 같은 찬탄파들 뿐이다. 중도 노선을 표방한 주 의원은 강하게 결집한 양쪽 진영의 벽을 뚫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국민은 그런 당권 다툼에 등을 돌리고 만 것이다.


    야당 본연의 목적은 집권 세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이 향해야 할 총구가 내부를 향한다면 국민이 과연 그런 정당을 신뢰하겠는가.


    장동혁 의원의 말처럼 야당으로서 제대로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고 여당과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존재 이유가 없다.


    사실 국민은 야당에서 누가 당 대표거나 말거나 별로 관심이 없다.


    누가 당선되든 이재명 정부가 예산을 쌈짓돈 뿌리듯 마구잡이로 뿌려대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하지 못하도록 견제해 주고 여당이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입법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막아주기만 바랄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투쟁 없는 야당은 죽은 정당이나 마찬가지다.


    야당에서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집권 세력의 눈치나 보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도록 당을 쇄신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주장은 국민과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지금 국민의힘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다. 야당은 투쟁할 때에 비로소 존재의 의의가 있다. 협치해야 한다는 요구는 야당이 아니라 여당일 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다. 야당은 여당처럼 행동하고 오히려 여당이 야당처럼 투쟁을 독려하고 있으니 참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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