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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와의 카톡 대화를 공개한 명태균 씨의 ‘허풍’은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정도다.
그는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나 여권 유력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고, 대선 경선이나 전당대회에서 판을 짜는 역할을 도맡아왔다고 주장한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 간 단일화에도 관여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윤 대통령 측과 연결한 것이 자신이라고도 했다.
대선 전략을 두고 갈등을 빚던 윤 대통령과 이준석 당시 당 대표의 화해를 위한 '치맥 회동'도 본인이 성사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서울시장 경선, 전당대회, 총선 등 자신이 여권의 주요한 이벤트마다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한다. 가관이다.
선거 때만 되면 명 씨와 같은 정치 브로커들이 여의도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그 수는 대략 수백 명에서 수천 명가량은 될 것이다. 그들도 모두 자신이 대통령을 만들었다느니, 서울시장을 만들었다느니, 당 대표를 만들었다고 떠벌리지만, 명 씨처럼 모든 걸 자신이 했다고 ‘허풍’ 치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정치 브로커들도 허풍이 과하면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기에 적당한 선에서 그친다. 그런 자제력조차 없는 걸 보면 명 씨는 정치 브로커 중에서도 하수 중의 하수다. 더구나 그의 말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이미 백일하에 드러난 마당이다.
앞서 명씨가 공개한 카톡 내용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명 씨에게 "너무 고생 많으세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난감(합니다)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라며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에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자기가 뭘 안다고, 아무튼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카톡에 등장하는 ‘오빠’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오빠’는 ‘친오빠’라며 선을 그었다.
그 ‘오빠’가 누구인지는 명 씨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명 씨의 말은 오락가락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명 씨는 15일 밤 CBS 라디오와 인터뷰를 하고, KBS와는 직접 통화했다.
거기서 ‘오빠’가 누구인지를 밝힌다.
그런데 웃기는 건 CBS에서 밝힌 오빠와 KBS에서 밝힌 오빠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로 명 씨는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관련해 "내가 알기로는 그런 거 한 2000장은 된다"며 "계속 까면 내가 허풍쟁이인지 아닌지, 거기 가면 김건희 오빠 또 나온다"라고 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낸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적 대화가 아닌 자신이 일을 잘한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이 격려한 '공적 대화'라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사적 대화라고 하니까 내일은 공적 대화를 올려줄까"라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 하는 것 있다. 내용은 '일 잘한다'라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공개한 김 여사와의 대화는 사적 대화이고,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는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한 대통령실의 해명을 반박한 것이다.
그런데 같은 날 KBS와의 통화에서는 자신이 공개한 김건희 여사 카톡에 대해 "2021년도 경선 때 나눈 대화"라며 '오빠'는 '친오빠'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명 씨는 "아니 그게 친오빠라니까 자꾸 윤 대통령이라고 그래?"라고 따지듯이 말하기도 했다.
같은 날 했던 말도 이렇게 말을 바꿔버리는 사람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신뢰할 수 없는 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그를 불러 인터뷰하는 언론도 문제이지만, 그의 허풍을 근거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공세를 펼치는 야당도 문제다.
특히 여당 내부에서 명 씨의 황당무계한 허풍을 곧이곧대로 믿고 같은 편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내부총질을 하려면 최소한 사실만큼은 확인한 후에 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허풍쟁이 말 한마디에 놀아나는 대한민국 정치권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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