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이재명에 화가 난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8-17 14: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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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백현동 의혹 관련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통해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누릴 수 있지만, 그걸 위한 국회를 열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마치 무슨 대단한 결단이라도 한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대표가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밝혀왔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이를 결의한 만큼 이를 뒤집을 명분이 없다. 더 피할 곳이 없는 상황. 그러니까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을 수
    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이런 선언은 아무 의미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1차 체포동의안 부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앞서 지난 2월 16일 검찰은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이에 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 김정민 부장이 대통령 앞으로 체포동의요구를 발송, 2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결재한 체포동의요청서가 2월 21일 대한민국 국회에 접수됨에 따라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루어졌다.


    표결 결과 총 297표 중 부(체포 반대) 138표, 가(체포 찬성) 139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10표 차이로 과반을 달성하지 못함에 따라 체포동의안이 부결 처리됐다. 민주당에서 상당한 이탈표 나온 것이다. 만일 지금 표결 처리한다면 가결 가능성이 99%라는 말이 나온다.


    설사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라는 선언은 사실상 ‘체념’으로 ‘결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말이 많다.


    실제로 이 대표는 “저를 희생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나.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 검찰의 조작 수사 아니겠냐”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번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이번에는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것이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 관계자들이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서 배제됐고,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비율은 축소됐다. 높이 50m의 초대형 옹벽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금 큰소리칠 처지가 아니다.


    이 대표 주변에 있다가 구속되거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벌써 몇 명인가.


    지난 3월에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전씨의 유서에는 이 대표의 이름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여러 의혹과 관련된 인물이 사망한 사례는 전씨가 다섯 번째다.


    앞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2021년 12월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대장동 개발 핵심 실무자였던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1월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인 시민단체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해 7월엔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숨졌다.


    정진석, 김용 등 구속됐다가 풀려나 재판을 받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검찰은 이날 오전 이 대표의 대선 때 선대위 관계자 2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이모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과 관련된 것이다. 앞으로 구속될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작 그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재명 대표는 구속되지 않고, 되레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이게 과연 정의사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참담하다. 분노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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