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장예찬 “미국이었다면 인종차별 스캔들 퍼지고 정치생명 끝날 것”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찾아온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응대한 것을 두고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인 위원장에게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며 영어로 응대한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것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인 위원장에게 신속하고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스터 린튼(Mr. Linton)이 아니다. 인요한 위원장이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던 도중 자신을 찾아온 인 위원장을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 칭하며 영어로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우리 일원이 됐지만, 현재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이원욱 의원은 "(인 위원장은) 영어보다는 한국어에 익숙한 분이다. 한국이 자신의 고국이다"라며 "그런 분에게 의도적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호칭을 미스터 린튼으로 하는 것은 인요한 위원장이 여전히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임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제스처"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저출산의 하나의 해법으로 주요하게 등장하는 이민자 정책을 소환하지는 않겠다"며 "이미 한국인인 분을 우회적으로 모욕하는 이 전 대표의 태도를 저는 갈라치기, 혐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지 못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 때문이 아니다"라며 "스스로의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 분열의 정치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 정치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총선, 대선을 향해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인 위원장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당에서도 이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쓴소리를 내고 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환자는 서울에 있다, 별로 할 말이 없다) 그 얘기를 한국말로 했을 때 인요한 위원장이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며 "한국말로 표현 안 되는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해 영어로 했다는 건 정말 변명치고는 치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채널A에서 "(미국이었다면) 인종차별 스캔들이 퍼지고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BBS 라디오를 통해 "당이나 혁신위는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통합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 전 대표는 점점 멀어지는 행보를 보여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도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신은 우리와 다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가장 쉽게 상처를 주는 말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이라며 글을 썼다. 그러면서 "실제로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인종차별로 가장 쉽게 쓰이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며 영어로 응대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의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만약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그것도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그날 퇴출될 것이다. 정치 이야기를 하긴 싫지만, 정치인으로서 자격 미달이고 공개 사과해야 할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나 교수는 다음 날 올린 SNS 글에서도 이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정치인이 그 정도 인식 수준과 행동을 보인 점에서, 또 그 행동이 잠재적 이민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 대해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이 행동이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한 명의 행동이 우리 사회를 대변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행동은 지속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굉장히 정중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모욕을 주기 위해 영어로 한다는 의도가 있었다면 모든 말을 영어로 했을 것이다. 참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며 “언어 능숙치를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그게 인종차별적 편견이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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