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집값과 공식 통계를 장기간 조작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2019년 당시 한국부동산원 노조의 통계 조작 외압 제보를 전달받은 공직기강 비서관실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주목된다.
감사원은 18일 “부동산원 노동조합이 2019년 가을 경찰 정보관에게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가격 통계에 외압을 가하고 있다’고 제보한 정황을 입수했다”며 "그러나 해당 제보를 전달받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실질적으로 외압을 막는 조치를 했다고 확인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문 정부 청와대 참모 및 장관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사의재’는 “통계 조작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일축한 바 있다. 통계 조사와 작성에는 수많은 공무원, 조사원들이 참여하는데 이런 모든 이들이 조작의 의도를 가지고 한 몸처럼 움직여야 감사원이 주장하는 통계 조작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공무원·조사원들은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 고위층의 외압으로 원치않게 통계를 조작하면서도 불법성을 거듭 지적하는 한편 조작의 내막을 보여주는 기록들을 남겼다.
감사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6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원에 주 1회 실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중간 집계값을 만들어 가져오게 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의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미리 표본으로 선정해놓은 아파트들을 현장 조사해 7일 전에 비해 가격이 얼마나 오르거나 내렸는지를 파악해 왔는데 장 실장 요구에 따라, 주 1회 조사가 주 2회로 늘었다.
직전 조사로부터 3일 경과한 시점에서 아파트 가격 등락을 먼저 확인해 보고하라는 외압 때문이었다.
이후 4년 5개월 간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런 식으로 보고된 ‘중간 집계’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최종 집계된 상승률이 높으면 ‘가격이 올라간 이유를 대라’고 요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통계 조작을 압박했다.
특정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게 조사되면, 해당 지역 부동산원 지사장이 국토부로 호출돼 ‘소명’을 해야 했다. 나중에는 말단 조사원까지 국토부로 호출됐다고 한다. 부동산원 본사도 지사 조사원들에게 특정 숫자를 제시하면서 ‘상승률이 이 숫자 이상으로 나오게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처럼 압박을 받은 조사원들은 직접 조사한 아파트 가격 대신 이를 임의로 깎은 가격을 입력했다. 이렇게 거짓으로 집계된 가격 상승률조차도 너무 높다고 생각되면, 본사가 값을 더 깎아서 청와대와 국토부로 보냈다.
참다 못한 부동산원 노조는 2019년 가을 경찰에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을 제보했고, 이 내용은 그해 11월 공직기강비서관실에도 전달됐다고 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비서관실과 국토부가 작성 중인 통계를 미리 받아서 통계 최종 수치를 고치게 하는 일은 그 뒤에도 계속됐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후속 조치를 취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강욱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문 정부 기간에 고용률이 사상 최고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유하고, “문재인·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 격차 감소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 조작 논란에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감사원은 조사 과정에서 집값 폭등과 통계 조작에 대해 우려를 표한 실무진들의 내부 메시지와 진술도 다수 확보했다. 그중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집값을 잡아 왔다(2019년 ‘국민과의 대화 중)’”며 자신감을 표한 발언에 대해 “무슨 근거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의아해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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