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 소방서장 '2단계 발령' 늑장 대처 등 집중 추궁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핼러윈 참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당시 현장 지휘 책임자였던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과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을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앞서 특수본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기관들 사이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 피의자 상당수를 다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이후 3D 시뮬레이션 등 방식으로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뒤 진술 내용을 종합해 신병처리 대상을 선별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이날 오전 8시45분께 이 전 서장은 특수본 조사실이 있는 서울경찰청 마포수사청사에 출석해 "다시 한 번 경찰서장으로서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평생 죄인의 심정으로 살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한 이유와 기동대 요청 여부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부분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을 상대로 사고 현장에 뒤늦게 도착하고 경찰 지휘부에 보고를 지연한 경위가 무엇인지, 기동대 배치 요청 등 핼러윈 사전 대비는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앞서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해 늑장 대응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유기)로 입건됐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 용산서의 기동대 배치 요청을 둘러싼 사실관계도 확인하고 있다.
이 전 서장은 국회에서 "112상황실장이 서울청 주무 부서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다"며 "서울청이 (참사)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특수본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에서 용산서가 기동대를 요청했다는 명확한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서울청은 핼러윈 관련해 용산서로부터 기동대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날 오전 9시40분께 출석한 최 서장은 취재진에 "일단 조사에 응하겠다"고만 말했다.
최 서장은 참사 직전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에도 출동하지 않고 사고 직후에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는다.
특수본은 이미 수십명이 심정지 상태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있는데도 왜 대응 2단계를 신속하게 발령하지 않았는지, 참사 당일 안전근무 책임관으로서 근무 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는 참사 발생 28분 뒤인 오후 10시43분 현장지휘팀장에게 지시해 1단계를 발령했다.
2단계와 3단계는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각각 오후 11시13분과 오후 11시48분 발령했다. 대응 2단계는 10명 이상, 3단계는 20명 이상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 각각 발령한다.
서울시 사고 및 재난 현장 긴급구조 지휘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2단계까지는 자치구 긴급구조통제단장, 즉 용산소방서장도 발령할 수 있게 돼 있다.
또한 특수본은 용산소방서가 핼러윈을 앞두고 작성한 '2022년 핼러윈 데이 소방안전대책' 문건을 토대로 사고 당일 안전근무조가 미리 지정된 근무장소를 준수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핵심 피의자들의 1차 조사를 마치고 진술을 분석해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사고 원인과 조사 대상자들 진술에 따른 기관별 책임 소재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만큼 구속영장 신청 이전에 상당수 피의자에 대한 2차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최대한 이번주까지 추가 소환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주요 피의자 조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신병처리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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