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재의 여세추이(與世推移)] https 접속 차단과 빅 브라더(Big Brother)

    인터넷 이슈 / 온라인 이슈팀 / 2019-02-14 23: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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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이는 조지 오웰이 저술한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소설 ‘1984’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이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오세아니아’라는 가공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조지 오웰은 작품을 통해 국민에 대한 통제와 초권력을 비판하고, 국가가 개인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전체주의를 꼬집었다.

    ‘https 접속 차단’이 불러온 논란은 ‘검열’과 감청‘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방증하고 있다. 이는 자칫 정부가 개인을 감시하는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수 있기에,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수많은 국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09년 중국은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인터넷 단속을 통해 100여 개에 달하는 음란물 사이트를 폐쇄했다. 표면적으로는 음란물과 유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 분위기를 확립하기 위한다는 명분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유례 없는 인터넷 검열과 감시를 통해 일당체제 ‘빅 브라더’의 지위를 공고하게 구축했다. 중국 정부 기관은 체제에 반하는 웹사이트의 내용을 차단할 뿐 아니라 개인의 인터넷 접속도 감시하기에, 가상사설망 VPN을 사용하지 않고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종다양한 서비스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정보 검열을 통해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제공하며, ‘천안문 사태’와 ‘류샤오보’ ’08헌장(零八憲章)’ 같은 치부를 능숙하게 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국민들은 알 권리를 비롯해 자유로운 의견의 개진과 토론을 제한당하고, 당이 제시하는 ‘하나의 의견’만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새로운 홍위병’으로 길들여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https 접속 차단’은 국민들에게 소설 ‘1984’에 등장하는 ‘텔레스크린’을 통한 우민화 정책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출이 동시에 되는 기계로서, 미셸 푸코가 제창한 ‘판옵티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체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텔레스크린’을 통해 당에서 방영하는 선전 영상을 시청할 수밖에 없지만, 당에서는 ‘텔레스크린’에 비춰지는 모든 인물들과 상황을 감시할 수 있다.

    ‘https 접속 차단’이 ″통신감청 및 데이터 패킷 감청과는 무관하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해명은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답변이 아니다. 중국의 선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에 불리한 이슈나 정국이 이어질 경우 이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음란물·도박 사이트’ 등 보편타당한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불법 유해 사이트를 대상으로 검열은 시작된다. 이후 완성된 기술을 어느 분야에 적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당대의 권력자들이다. 중국의 만리장성 방화벽(the Great Firewall)과 황금 방패(Golden Shield)는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침묵한 중국 국민들이 있었을 뿐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통신의 비밀을 가질 권리를 밝히고 있다. ‘헌법 제2장 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2장 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https 접속 차단에 국민들이 보이는 반응은 단순히 ‘음란물·도박 사이트’ 차단에 따른 볼멘소리가 아니다. 10년 전 중국의 선례와는 달리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국민들의 정당한 목소리가 표출된 것이다.

    소설 ‘1984’와 같이 정부가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오웰리언(Orwellian)'이라 지칭한다. 중국은 이미 환원 불가능한 ‘오웰리언’ 사회로 탈바꿈됐다. 10년 후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지 결정하는 것은 이번 ‘https 접속 차단’ 논란에 개개인의 국민이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이는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당(The Party)의 슬로건이다. 현재의 'https 접속 차단‘ 논란 뿐 아니라 우리가 이후에도 계속 곱씹어볼 대목이다.

    * 사진 출처 : 조지 오웰의 '1984' 표지 캡쳐

    [ 사회문화평론가 지승재 : 뉴스위즈 컨텐츠 디렉터 / 아시아브랜드연구소 부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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