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한국적 코드로 풀어내다

    문화 / 시민일보 / 2002-09-16 17: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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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장 우수뮤지컬 선정작 블루 사이공
    국립극장 우수 뮤지컬 기획시리즈 첫 번째 선정작 ‘블루사이공’(권오성 연출, 김정숙 작)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창작뮤지컬 중 하나다.

    지난 96년 첫 공연을 한 이래 그 해 백상예술상 연극부문의 주요 3개상을 휩쓸 정도로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0년 공연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무대에 올려지는 블루사이공은 지난 두 차례 공연에서 노래보다 대사중심으로 전개됐던 것과는 달리 10여곡을 추가해 음악 중심의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제목이나 주인공이 베트남 여인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에 있어 브로드웨이의 ‘미스사이공’과 비슷하지만 블루사이공은 한국인의 코드로 풀어낸 베트남전 이야기다.

    베트남 파병용사였던 김문석은 전쟁의 후유증과 고엽제로 인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을 보낸다. 문석은 어린 시절 6.25 전쟁 당시의 기억과 전쟁의 상처 속에서 정신이상자의 딸 신창과 환상에 빠져 지내고 있다.

    어느 날 혼수상태로 쓰러진 문석은 과거의 삶을 하나둘씩 무대에서 펼쳐 보인다. 국군과 인민군이 하루가 다르게 몰려오고 지나가던 전쟁 당시 어린 문석은 알 수도 없는 이념 문제에 휘말려 마을 사람들을 죽음에 내몰았다.

    최초의 해외 파병이었던 베트남전에 참가한 문석은 퇴폐적인 춤의 향연이 벌어지던 바에서 우연히 베트남 여인 후엔을 만난다. 문석은 후엔이 미군 장교로부터 정보를 빼내는 첩보 일을 하고 있던 것을 알지 못한 채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아이도 갖게 된다.

    대대적인 전투가 일어나고 문석은 모든 동료를 다 잃고 혼자서 포로로 잡히게 된다. 후엔의 남동생 막드엉에게 끌려온 문석은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후엔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문석은 후엔이 베트공의 첩자란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져 죽여 달라고 외치지만 후엔은 문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이번 공연은 해오름극장(대극장) 무대를 최대한 활용하고 31개곡의 뮤지컬 넘버로 대작 뮤지컬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준다.

    베트남전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사이사이 극적 긴장감을 풀어주는 장면도 있다. 미국식 자유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파라다이스 바 장면의 창녀들의 짧은 의상과 춤, 울릉도 트위스트를 부르며 ‘여러분께 빤스를 선물해 드리겠습니다’라며 포장된 속옷을 던지는 장병 위문단 공연 장면 등은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은 베트남의 민속축제 쫑투 축제의 제등행렬. 무대 위에서 내려온 등과 배우들의 손에 든 500여개의 등은 멋진 볼거리를 선사하고 이때 남녀 주인공이 부른 ‘내안에 사랑있어요’라는 곡은 감미로운 멜로디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배우들의 무대 위치가 다소 산만하고 대사전달의 부족함도 눈에 띤다. 각 장면 전환이 매끄럽지 못하고 장면마다 지루하게 흘러가는 극적 리듬감이 아쉽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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