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남자를 사랑 …

    문화 / 시민일보 / 2002-10-14 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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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무비
    소크라테스, 시저, 미켈란젤로, 앙드레 지드, 미셀 푸코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들의 공통점은 동성애자라는 것이다. 과거부터 은폐되고 금기시한 동성애는 현재에 이르러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부정적인 동성애의 이미지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과거 영화 속에서 비치는 동성애자들은 다분히 음란하고 타락한 범죄자로 혹은 희화적인 모습으로 영화의 비주류에 있었다.

    그간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변방에서 맴돌던 것과 달리 충무로의 첫 상업영화로써 18일 간판을 내걸 ‘로드무비’는 동성애에 진지한 접근을 시도한 영화다. ‘동성애자라는 인간이 하는 사랑’을 보여주고자 한 이 영화는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어지는 사랑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되묻는다.

    ‘남자, 남자를 사랑하다’는 홍보 문구가 말해주듯 한 남자의 남자에 대한 사랑 이야기는 길에서 시작된다.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은 대식(황정민)은 더 이상 자신과 아내를 속이며 살수 없어 세상을 등지고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 대식은 주가폭락으로 한순간에 거리로 나 앉은 석원(정찬)을 사랑하게 되고 삶에 의욕을 잃은 그를 돌봐준다.

    세상에 어울려 살수 없던 이들은 무작정 여행길에 나서고 이들 앞에 도발적인 여자 일주가 동행한다. 일주는 정민을 사랑하고 정민은 석원을 사랑하는 불편한 사랑이 진행된다.

    ‘로드무비’를 영화제목으로 그대로 할 만큼 영화에서 길의 이미지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표현해 낸다.

    영화 초반부의 길거리 노숙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실적인 장면은 흑백톤과 거친 조명으로 흐릿한 영상을 만들어내고 주인공의 절망적인 상황을 드러낸다. 도시를 벗어나면서 어수선한 길거리는 자연적인 색채로 변화되고 점차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동성애의 정사장면, 성기노출 등의 화제가 끊이지 않았던 로드무비의 단편적인 선정성은 감각적인 영상으로 마무리하고 ‘와이키키 브라더스’, ‘YMCA 야구단’에서 순진한 모습을 보여준 황정민과 깔끔한 이미지의 정찬이 색다른 변신을 시도한 두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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