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에 다시 태어난 단테

    문화 / 시민일보 / 2002-10-29 17: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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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곡-내달 1일 무대 올려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이 무대에 올려진다.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신곡’은 슬로베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와 독일의 전통 있는 탈리아 극장의 배우들에 의해 ‘지옥’편과 ‘연옥과 천국’편으로 나눠 공연된다.

    93년 판두르가 예술 감독으로 있었던 슬로베니아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유럽 연극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이후 159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독일의 탈리아 극장이 제작을 맡아 지난해 지옥편을 올해에 연옥과 천국편을 초연해 새로운 ‘신곡’을 탄생시켰다.

    신곡이 매 공연마다 각종 찬사를 받는 이유는 심오한 주제를 풀어내는 탁월한 연출력과 언어를 절제하고 이미지와 음악으로 표현해 내는 상상력, 그리고 스펙터클한 무대에 있다.

    연출가 판두르는 700년이나 지난 신곡이라는 고전이 현재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무대에서 환상을 통해 다른 세계를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1만4000여행의 운문으로 돼있는 원작을 1/4의 텍스트로 추려내 충격적이고 과감한 무대예술로 재창조해낸다.

    세상과 단절을 뜻하는 7~8미터의 거대한 철벽과 회당 3만2000리터의 물이 넘쳐흐른 무대에는 언어가 절제된 배우들의 움직임, 빛의 사용, 음악 등 상징적인 도구들로 형상화된 이미지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머리 위에서는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듯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때때로 등장하는 배에 이르기까지 무대는 쉴새없이 변화한다.

    지옥과 연옥, 천국의 세 가지의 다른 세계를 아우르며 변함 없이 무대 바닥을 가득 채우는 ‘물’의 이미지는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은 지옥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죄의 늪이자 전쟁과 악으로 가득한 현실의 상황을, 연옥편에서는 죄와 암울한 세계에 따라 기억과 상처를 씻어주는 정화의 의미를 천국편에서는 인간으로써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 기원 장소를 의미한다.

    또한 공연 내내 첼로와 튜바, 퍼커션에 의해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은 거룩한 그레고리안 성가와 공격적이고 신비한 발칸의 전통 음악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이 울려 퍼져 각 편이 표현하는 느낌을 극대화시킨다.

    LG아트센터는 이 작품을 위해 매일 3만2000리터가 넘는 물을 거대한 수조에 4시간에 걸쳐 채운 후 공연 시간동안 물 속에서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을 위해 37℃의 온도로 데워 순환시키는 작업을 감행해야 한다.

    이러한 무대 제작상의 어려움으로 유럽에서 큰 명성을 얻었음에도 이 작품은 많은 해외투어를 나서지 못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단테의 신곡 3부작 전편이 해외에서 첫 번째로 공연되는 사례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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