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애
단란한 가정의 전업주부 미흔에게 어느 날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뀌어 놓는 여자가 등장한다. 난데없이 찾아와 자신의 남편을 오빠라 부르고 급기야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그 여자에게 미흔은 상처를 입고 한적한 시골로 내려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자연의 힘으로 점차 아물어 가던 중 미흔은 윗집의 시골 의사에게 ‘섹스는 하되 사랑을 하면 만남이 끝나는 위험한 게임’을 제안 받는다.
삶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인생의 끝자락에서 미흔은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은 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만든다.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인 ‘밀애’는 미흔의 불륜을 단순히 욕망적인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남편의 연인에 의해 거세당한 여성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미흔이란 여성이 살기 위해 불륜이란 사랑을 했지만 진정 미흔이 살아 숨쉬게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의지임을 느끼게 한다.
전경린의 소설 ‘내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했으며 김윤진, 이종원의 과감한 노출과 호연이 돋보인다.
그러나 원작의 영향으로 배우들의 딱딱한 대사는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과는 유리된 듯하며 112분의 러닝타임을 이끄는 사건과 반전이 단순한 것이 아쉽다.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잘 나가는 흥행배우 하나 없는 로맨틱 코미디에 화려한 영상으로 치장하지 않는 저예산 영화. 겉보기엔 별볼일 없는 무명의 영화에 지나지 않지만 이 영화의 내면이 갖고 있는 힘은 그 어떤 로맨스 드라마나 코미디에 뒤지지 않는다.
‘동성애’라는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하기 힘든 소재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한 여성이 동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유쾌하고 공감이 가도록 그려낸다.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와 후반부의 깔끔한 반전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뉴욕에서 기자생활을 하는 제시카는 20년간 일곱 번의 연애를 하고도 그녀에게 맞는 짝을 찾지 못했다.
반면 ‘우정 이상의 만남’이란 구인 광고를 낸 헬렌은 갤러리 부관장으로 일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행동파 여성.
전시중에도 사무실에서 퀵서비스맨과 정사를 즐기고 기분에 따라 다양한 남자를 만날 만큼 남성 취향이 독특하고 화끈하다. 제시카와 헬렌의 만남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지만 편안한 친구로써 지내다가 점차 연인으로 발전한다.
자신에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편견과 선입견으로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지만 제시카는 시간이 지나면서 통념의 껍질들을 벗어간다. 정숙한 여자로써 도도한 삶을 살아간 제시카는 헬렌과의 사랑으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발견한다.
◆걸파이트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문제아 소녀 다이애나. 어느 것 하나 쉬울 게 없는 답답한 세상에서 남동생만을 생각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나게 할 뿐이다.
우연히 남동생이 다니는 체육관에서 권투를 접한 다이애나는 복싱에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고 점차 강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며 힘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처음으로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게 된 다이애나는 연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지만 여자가 권투하는 낯선 풍경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은 만만치 않다.
한편 체육관의 유망주 애드리안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 다이애나는 같은 시합에 출전한 그와 결승에서 맞붙게 된다. 애드리안은 여자와는 싸울 수 없다며 경기를 거부하려 하지만 사랑과 승부를 별개로 생각한 다이애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결국 결승전이 시작되고 링 위엔 두 사람만이 남게 된다.
지극히 남성적인 스포츠인 권투에 소녀 복서의 성장기는 남성 중심 사회에 날리는 한 방의 펀치다. 그러나 다이애나의 펀치는 분노나 폭발을 분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 삶의 에너지다.
또한 다이애나의 사랑은 얽매이거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며 거친 남성 세계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찾아가는 여성성의 모습이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단란한 가정의 전업주부 미흔에게 어느 날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뀌어 놓는 여자가 등장한다. 난데없이 찾아와 자신의 남편을 오빠라 부르고 급기야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그 여자에게 미흔은 상처를 입고 한적한 시골로 내려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자연의 힘으로 점차 아물어 가던 중 미흔은 윗집의 시골 의사에게 ‘섹스는 하되 사랑을 하면 만남이 끝나는 위험한 게임’을 제안 받는다.
삶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인생의 끝자락에서 미흔은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은 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만든다.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인 ‘밀애’는 미흔의 불륜을 단순히 욕망적인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남편의 연인에 의해 거세당한 여성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미흔이란 여성이 살기 위해 불륜이란 사랑을 했지만 진정 미흔이 살아 숨쉬게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의지임을 느끼게 한다.
전경린의 소설 ‘내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했으며 김윤진, 이종원의 과감한 노출과 호연이 돋보인다.
그러나 원작의 영향으로 배우들의 딱딱한 대사는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과는 유리된 듯하며 112분의 러닝타임을 이끄는 사건과 반전이 단순한 것이 아쉽다.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잘 나가는 흥행배우 하나 없는 로맨틱 코미디에 화려한 영상으로 치장하지 않는 저예산 영화. 겉보기엔 별볼일 없는 무명의 영화에 지나지 않지만 이 영화의 내면이 갖고 있는 힘은 그 어떤 로맨스 드라마나 코미디에 뒤지지 않는다.
‘동성애’라는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하기 힘든 소재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한 여성이 동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유쾌하고 공감이 가도록 그려낸다.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와 후반부의 깔끔한 반전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뉴욕에서 기자생활을 하는 제시카는 20년간 일곱 번의 연애를 하고도 그녀에게 맞는 짝을 찾지 못했다.
반면 ‘우정 이상의 만남’이란 구인 광고를 낸 헬렌은 갤러리 부관장으로 일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행동파 여성.
전시중에도 사무실에서 퀵서비스맨과 정사를 즐기고 기분에 따라 다양한 남자를 만날 만큼 남성 취향이 독특하고 화끈하다. 제시카와 헬렌의 만남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지만 편안한 친구로써 지내다가 점차 연인으로 발전한다.
자신에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편견과 선입견으로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지만 제시카는 시간이 지나면서 통념의 껍질들을 벗어간다. 정숙한 여자로써 도도한 삶을 살아간 제시카는 헬렌과의 사랑으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발견한다.
◆걸파이트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문제아 소녀 다이애나. 어느 것 하나 쉬울 게 없는 답답한 세상에서 남동생만을 생각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나게 할 뿐이다.
우연히 남동생이 다니는 체육관에서 권투를 접한 다이애나는 복싱에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고 점차 강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며 힘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처음으로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게 된 다이애나는 연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지만 여자가 권투하는 낯선 풍경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은 만만치 않다.
한편 체육관의 유망주 애드리안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 다이애나는 같은 시합에 출전한 그와 결승에서 맞붙게 된다. 애드리안은 여자와는 싸울 수 없다며 경기를 거부하려 하지만 사랑과 승부를 별개로 생각한 다이애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결국 결승전이 시작되고 링 위엔 두 사람만이 남게 된다.
지극히 남성적인 스포츠인 권투에 소녀 복서의 성장기는 남성 중심 사회에 날리는 한 방의 펀치다. 그러나 다이애나의 펀치는 분노나 폭발을 분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 삶의 에너지다.
또한 다이애나의 사랑은 얽매이거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며 거친 남성 세계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찾아가는 여성성의 모습이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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