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어디로 떠나볼까

    문화 / 시민일보 / 2002-11-06 17: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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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악산 미륵리 절터와 덕주사
    월악산은 세 개의 우뚝 솟은 바위산과 골짜기의 계곡이 어우러진 명산이다. 산이 아름다워 등산객이 많은 월악산은 이미 단풍의 절정은 아니지만 그 안에 호젓하게 자리잡은 미륵리 절터와 하늘재, 계곡등 볼거리가 많다.

    우거진 숲은 계절마다 산을 풍성하게 하고 특히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다워 산을 찾은 이들의 마음을 흠뻑 젖어들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올해는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곳곳의 단풍빛깔이 제 색을 내기도 전에 시들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월악산의 늦가을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충주에서 송계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보자. 버스안 사람들의 모습이나 창 밖에서 일어나는 조금은 생경한 소도시의 모습을 훔쳐보노라면 어느새 시내를 벗어나고 도로 양쪽으로 수도 없이 보이는 사과밭과 논 밭 너머로 산자락의 울긋불긋 막바지 단풍도 아직은 볼만하다.

    수안보 근방에서 버스는 월악산국립공원으로 방향을 틀어 산자락을 향해 달린다.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굽이굽이 돌아 넘어가는 호젓한 산길 지릅재는 예전에 소백산맥을 넘어 남북을 잇는 고갯길 가운데 가장 먼저 생긴 계립령의 일부며 조선시대 이전까지의 주요 교통로였다.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돼 그 맛을 잃었지만 다른 일부인 하늘재는 아직도 반편이나마 흙길로 남아 있어 환경생태교실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릅재를 넘어 송계 계곡을 향해 내려가는 중턱쯤 미륵리 정류장이 있다. 이곳에서 마을길을 따라 조금 걸어 들어가면 미륵리 절터를 만나게 된다. 절터 주변의 노란 은행잎이며 불붙는 듯한 빨간 단풍에 넋을 잃다가 무심히 둘러보면 여기저기 놓인 석조물들이 눈에 띈다.

    조각나 쓰러져 있는 당간지주에는 옛 시절의 영화를 말하듯 예쁜 연꽃조각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지붕도 없고 문도 없는 석굴 형태의 법당 한가운데에 충청도 지방의 몇몇 다른 불상들처럼 머리에 판석으로 갓을 올린 커다란 석불입상이 있다. 깐깐하게 조각되지 않아서 마음이 푸근해 보이는 그런 불상을 마주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넉넉해지지 않을까.

    커다란 거북모양의 비좌, 석탑, 석등, 온달장군이 가지고 놀았다는 커다란 돌등이 절터에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고 절터 한쪽 석축 위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주춧돌들이 남아 가을볕을 받고 있다.

    미륵리 절터에는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이 곳에 북쪽을 향해 절을 짓고 불상을 세우고 그의 동생 덕주 공주가 송계계곡 근처에 덕주사를 세우고 남쪽을 향한 암벽에다가 마애불을 새겨서 마주보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덕주 공주의 마애불도 그렇거니와 덕주사에 오르는 숲길은 나무가 많고 친절히 나무에 이름까지 붙여 놓아 보는 재미가 심심지 않다.

    충주, 월악산 일대는 삼국의 각축장이었던 까닭에 월악산 줄기를 감고 도는 덕주 산성도 볼 만하다. 덕주사에 오르는 길에 있는 이 산성은 돌로 층층이 쌓아 올린 성벽의 일부를 감상할 수 있다.

    원래 덕주사는 지금보다 더 위쪽에 위치한 마애불 근처로 지금의 절은 70년대에 중건된 것이다. 세 기의 크고 작은 남근석이며 마을의 재해를 막고 아들 낳는 영험이 있다는 약사불 한기가 모셔져 있는데 약사불의 모습은 투박하고 서민적이다. 덕주사에서 마애불까지는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며 영봉까지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덕주사 주변에 시원스레 흘러가는 송계 계곡은 지릅재와 하늘재에서 내려온 물이 만나는 미륵리에서 시작해 곳곳에 소와 계곡을 만들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낸다. 이 계곡은 월악산의 용하계곡과 함께 두 줄기 큰 계곡. 맑은 물과 바위가 송계 팔경을 이루고 있으며 충주호 월악 나루로 흘러간다.

    이밖에 충주는 볼거리가 참 많다.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중원 고구려비가 남아 있고 탑평리 칠층석탑(중앙탑)도 있어 함께 일정에 넣어도 좋을 듯 하다.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충주호의 관광이나 탄금대 충렬사 월악산국립공원 등의 미륵리절터와 송계계곡, 그리고 청풍문화재단지도 가깝다. 단양도 묶어서 여행코스로 잡을 수 있다.
    찾아 가는 길 충주 - 단양방면 - 36번 국도 - 송계계곡과 월악산이 있는 공원입구
    /글·사진 = 여행칼럼니스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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