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문화 / 시민일보 / 2002-11-19 16: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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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흙
    쿠바 출신의 미국 여성극작가 마리아 아이린 포네스는 연극의 꽃이라 불리워지는 Obie 상을 6번이나 수상한 작가다. 그녀는 고독한 삶 속에서 처절한 투쟁을 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실험성 강한 작품을 발표했으며 1970년대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인정받기도 했다. 1983년작인 진흙(Mud)은 그녀가 쓴 여러 작품 중 그녀의 사상과 주제를 가장 잘 대변하는 대표작 중 하나다.

    ‘극단 실험극장’에서 국내 초연되는 ‘진흙’은 덫에 빠져 제한된 삶을 사는 한 여성이 자아를 찾은 다음에 자기 정체의 세계에 도달하는 여성의 마음을 그렸다. 진흙에 뒤범벅이 된 듯 더럽고 원시적이며 절망적인 일과에 빠져있는 여인 메이.

    그녀는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배우려는 의욕으로 가득차 있다. ‘나는 언젠가 떠난다’를 되뇌이며 매일매일 다림질로 생계를 꾸려 가면서도 그녀는 틈틈이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한다.

    그녀와 함께 사는 양오빠이자 애인인 로이드는 전립선염으로 인해 성적으로 무능하며 치료도 거부한 채 메이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러나 메이는 로이드를 배척하고 글을 읽을 줄 알고 돈도 있는 노인 헨리를 집안으로 초대해 침대를 허락하며 식탁에서는 로이드의 자리에 앉도록 한다.

    메이에게 잠시나마 희망의 환상처럼 비쳐진 헨리의 등장은 로이드와 두 남성간의 라이벌 의식이 고조된다.

    로이드는 점차 치료도 받고 메이의 책을 보면서 글을 배우기 시작하며 자리를 잡아가지만 반면 헨리는 늙은 몸에 거동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든다. 처음엔 로이드를 후에는 헨리를 돌봐주며 늘상 다리미질을 하면서 두 남자의 뒷바라지만을 하던 메이는 정신적인, 육체적인 자유를 찾아 집을 떠나기로 한다.

    메이를 둘러싼 생활은 엎치락 뒤치락 하지만 그녀의 삶은 언제나 진흙탕 속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두 남성의 삶에 번갈아가며 구속된 인생을 살아간 그녀는 문을 박차고 나가지만 그조차 허락되지 못한채 싸늘한 시체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메이는 글읽기를 통해 정신적인 자유를 얻으려고 노력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경험을 표현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통해 희망을 표현하는 그녀의 글읽기는 욕망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도구이다.

    그러나 헨리와 로이드가 그녀의 지식에 대한 열망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록 그녀는 죽게 되지만 그녀의 영혼은 진흙 속에 빠져 있는 삶에서 벗어난다.

    박재완 연출. 박인서, 배상돈, 반석진 출연. 12월 1일까지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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