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봉 화제작

    문화 / 시민일보 / 2002-11-19 16: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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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광복절특사’(제작 감독의 집)와 ‘해안선’(제작 LJ필름)이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광복절특사’에서 연극배우 출신의 설경구와 패션모델 경력의 차승원, ‘해안선’에서 마이너리그 작가주의 감독 김기덕과 메이저리그 톱스타 장동건. 왠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들의 만남은 영화계의 독특한 하모니를 이루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탈옥에 성공한 두 죄수가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기 위해 좌충우돌 벌이는 교도소 입성기 ‘광복절특사’와 민간인을 간첩으로 오인 사살한 후 미쳐 가는 군인의 모습을 그린 ‘해안선’은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사진1>-광복절특사-
    ‘주유소습격사건’, ‘신라의 달밤‘에 이은 박정우 작가와 김상진 감독의 ‘쌈마이 영화’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광복절특사’는 올해 말 한국 영화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연기파 배우로 확실한 인정을 받는 설경구와 꾸준히 코믹 연기를 보여준 차승원, 여주인공에 송윤아까지 흥행이 보장된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은 새로운 기록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든다.

    길거리에서 빵을 훔쳐먹다가 감옥 신세를 진 무석(차승원)은 계속해서 탈옥을 시도하다 형량만 늘어남 고참 죄수. 그는 노역 중에 숟가락을 발견하고 6년 동안 탈출을 위한 땅굴을 판다.

    재필(설경구)은 특사로 석방되려고 교도관들에 충성을 다하는 과잉 모범수. 그는 면회 온 애인 경순(송윤아)이 이틀 뒤 결혼한다는 폭탄선언을 듣자 무석과 땅꿀을 기어나간다.

    쏟아지는 폭우와 어둠속에서 진흙을 뒤집어 쓴 채 땅위로 나온 두 사람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지만 그것도 잠시 아침의 가판대 신문에 실린 광복절 특사 명단에 자신들의 이름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한편 교도소 안에서는 법사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고위관료와 함께 교도소를 시찰하겠다고 통보해오자 소장은 담벼락 도색과 조경을 실시하라고 다그쳐 교도관과 제소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간다.

    많이 알려진 내용에도 불구하고 ‘광복절특사’는 끊임없이 관객에게 웃음을 안겨준다. 적절한 타이밍에 재미를 주고 새로운 사건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김감독의 재치는 관객의 시선을 시종일관 붙잡아 놓는다.

    매 영화마다 변신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새로운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설경구는 이 영화에서도 역시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 팀 로빈스를 흉내내는 차승원의 코믹연기와 ‘어쩜 좋아’를 연발하는 송윤아의 푼수연기도 부담 없는 웃음을 준다.

    <사진2>-해안선-
    ‘섬’,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등에 이어 김기덕 감독의 여덟 번째 작품인 ‘해안선’은 그의 작가주의와 개성이 그대로 묻어난 영화다.

    계급성과 섹슈얼리티, 남자와 여자, 가학과 피학, 육체와 폭력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현했던 김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전편에 등장했던 낚시바늘, 물, 거울 등과 같은 메타포로 전작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면서도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

    남들이 노는 시간에도 간첩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훈련에 열심인 강상병(장동건)은 군사경계지역 안에서 술에 취한 채 마을 처녀 미영과 정사를 벌이는 남자를 오인해 사살한다. 탄발과 수류탄으로 벌집이 된 남자의 시체를 보고 강상병은 자책감으로 겁에 질리지만 군대는 임무에 책임을 다한 그에게 공로로 표창과 휴가를 준다.

    점점 난폭하고 정신 이상을 보인 강상병은 정신적인 장애로 의가사 제대를 하지만 이후에도 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주위를 맴돈다.

    한편 정사를 하던 중 애인이 죽는 모습을 보게 된 미영 역시 정신 이상으로 해안선 주변을 돌아다니며 군인들의 노리개 감이 된다.

    ‘해안선’은 주인공 강상병이 비정상적인 집착에 시달리다 극이 진행되면서 자신은 물론 주변인물들을 파괴해가는 과정을 섬세히 그려낸다. 인간의 극한 상황에서 보여지는 심리를 거칠고 강하게 그려낸 김감독의 영상은 섬뜩하고도 가슴 시리게 때로는 공허한 웃음까지도 안겨준다.

    이성적인 생각으로는 용납하기 어려운 것들이 상식이 되고 쉽지 않은 일들도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실현되는 군부대의 모순과 고요하고 평화로운 해안선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한 인간이 서서히 미쳐가는 과정을 연기한 장동건은 그의 카리스마를 놓치지 않으면서 광기어린 면을 그럴듯하게 묘사해내고 이번 영화가 스크린 데뷔작인 박지아도 연극무대에서 갈고 닦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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