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보다는 부처님을…’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1-20 18: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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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불신’이 넘치는 요즘의 정치판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상황논리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민심이면 몰라도 정치인들이 서로를 향한 의심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차라리 코미디다.

    과거에는 상대당을 향해서만 겨누어졌던 공격의 포문이 이제는 적도 동지도 없이 무차별로 난사되고 있는 꼴이다.

    민주당은 ‘살생부’라는 전대미문의 괴문서 하나로 난리법석이다. 급기야는 ‘범인색출’을 위해 수사기관까지 동원될 모양이다. 죽어라 뛰어 대통령 당선자를 내고도 기쁨을 누리기는커녕 그치지 않는 내부 싸움으로 여론의 지탄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한나라당은 더 정신이 없다. 보수와 개혁으로 갈라진 내분사태 수습하랴, 여당 공세에 나서랴 꼴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20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포퓰리즘’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당선자가 민감한 외교-안보적 사안을 거침없이 언급,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북한을 자극하며 한미 공조에 차질을 빚는 것은 사려깊지 못한 것”이라며 “노 당선자는 순간의 인기보다 국익을 위해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노 당선자가 중-대선거구제 변경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차기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라며 “당리당략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중-대선거구 실시여부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을 만큼 지역구도를 깰 수 있는 제도로 부각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당선자의 의욕적인 출발을 자꾸만 부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발목잡기를 시도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 당선자의 발언을 무조건 ‘포퓰리즘’으로 모는 것도 무리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노당선자의 행보에 기대감을 실어주고 있는데 야당은 공세에 매달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는 현실인식이 아직도 덜 된 탓이다. 아직도 정치권 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 대해 지금은 여야를 떠나 전폭적인 지지로 후원해 줘야 할 시점이다.

    엊그제 여야 총무와 회동한 결과를 들여다보면 대통령 당선자가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일차적으로 실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도 국정논의의 장을 야당에게도 활짝 열어놓겠다는 노 당선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바 있다.

    이제야말로 모두가 불신을 접고 믿음과 상호존중에 입각한 진정한 상생의 정치를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국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정치권 모두, 상생의 정치를 통해 상대로부터 ‘부처님’만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을 열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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