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3-23 18: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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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흐 열차원 역마다 감자 장사
    가도 가도 보이지 않은 스텝위의 호수는 말이 호수이지 몇 시간을 달려도 그대로 남아 있는 호수가 비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아 말라버린 소금이 지금 막 눈이 내린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을 보니 내 목까지 타오르는 것 같았다.

    아무리 큰 호수도 커 보이지 않는 것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기도 하지만 그러한 호수들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호수 대한민국에 단 한 개라도 있었으면 죽여 주었을 텐데.

    59시간째 기차는 달려가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에서 우루무치까지 3768km를 3박 4일간 72시간 걸리고 알마타에서 아크타우까지 3000km를 대략 70시간걸려 도착을 하는데 늦게 도착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중국의 열차원들은 그들의 직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카자흐스탄의 열차원의 업무는 다른데 있었다.

    기차가 서쪽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깊어지는 사막과 스텝지역으로 빠져들다 보니 당연히 식료품이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열차원이 그 식료품을 정차하는 역마다 팔고 있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감자였다. 보일러실과 열차원의 침대칸에 가득 감자를 실어놓고는 한 봉지에 주먹만한 감자를 40~50개 담아서 300뎅가에 팔았고 아니면 그 지역의 특산물과 물물교환을 했는데 알마타에서 20뎅가에 팔고있는 것에 비하면 15배의 장사를 하는 셈이었다.

    중간역에 타는 손님들에게 시트값 따로 받고 식사 때마다 이사람 저사람 기차 안에서 장사하라고 태워준 사람들이 먹을 것을 같다주니 어디 본업인 열차원의 업무가 눈에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심지어는 자기가 자는 침대칸도 빌려줘 돈을 벌고 있었다.

    3000km가 넘는 알마타와 아크타우를 왕복하게 되면 웬만한 사람의 한달치 월급보다 많은 돈이 주머니에 가득할 것이다.

    승객들의 왕으로 군림을 하면서 이처럼 돈을 많이 벌수 있는 직업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을 찾아보기 힘들 판이다.
    어디를 가나 운전사가 대접받는 지역이다.

    석유를 발굴하는 커다란 시추탑이 보이는 것을 보면 서쪽으로 많이 오긴 온 모양이었다.

    겨우 3일간 기차여행을 했을 뿐인데 군인들과 나와 함께 있는 아가씨들은 벌써 몇 년간 사귀어 온 연인처럼 아가씨의 무릎에 기대어 음악을 듣는가 하면 음료수를 같이 나눠 먹으며 속삭이는 모습이 영락없이 연인의 모습이었다. 나라가 하도 넓다보니 그들의 생활에서 생겨난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열차안은 먹을 때도 공동체 생활을 했다. 각개전투 하는 우리하고는 달리 맛있는 음식을 모두 모아놓고 나눠먹는데 보기도 좋고 맛도 좋고 하여간 모든 것들이 신기한 기차 안이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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