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 재산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3-30 19: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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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생 규 수도권 사회부장
    {ILINK:1} 안양천은 지난 20여년 동안 산업화의 발달로 수도권의 대표적인 오염천 이었다.

    그러나 안양시가 ‘안양천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 이제는 물고기와 철새들이 찾아오는 깨끗한 곳으로 변모시켰다.

    또한 서울시민의 젖줄인 한강도 지난 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면서 친환경적인 강으로 탈바꿈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환경지속성 지수 평가에서 142개국 중 최하위권인 136위를 기록돼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WEF가입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이티와 레바논 등과 함께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됐다고 한다.

    결국 물 부족으로 인해 매년 많은 돈을 투자해 댐을 건설해야 할 지경까지 와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무방류 폐수처리 시스템 등 친환경 기술만 갖추면 외국인 투자기업을 상수원 보호구역 내에 공장 신·증축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상수원의 오염 심각성을 어떻게 보고 이런 발상이 나왔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상수원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이 ‘요식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상수원 오염문제가 매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다 못해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가 상수원으로 유입돼 오염을 가중시키는 등 심각성을 증명해 주고 있는데 공장까지 들어서면 어쩌자는 말인가.

    상황이 이런데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한다고 하니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것이다. 한마디로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외국 투자기업 유치는 당연한 것이지만 하필이면 상수원 주변이라니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물에 대한 문제는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경기도 북부 일원의 학교와 음식점 등의 정수기 실태를 점검한 결과 4분의 1가량은 세균이 많아 먹을 수 조차 없다고 한다.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정부가 심각성을 깨우치지 못하고 앞장서서 상수원 주변에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할 것이다.

    이미 수돗물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수도권에서 극히 드물며 생수나 정수기물을 이용하는 가정이 태반이라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수돗물도 못 믿어 생수를 사먹는 안타까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한마디로 오염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수원 주변에 기업유치는 어불성설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깨끗한 물을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소중한 물도 후손에게 물려줄 재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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