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가 펴내는 대중 불교잡지 ‘월간 해인(海印)’의 칼럼 ‘유마의 방’에 실린 글 중 24편이 선별돼 ‘해인사를 거닐다’(옹기장이 刊)로 출간됐다.
‘유마’(維摩)는 대승경전인 유마경(維摩經)의 주인공으로, 석가모니 당대 교단에 진보의 바람을 일으킨 재가신도. ‘유마’가 칼럼 제목으로 쓰인 것은 유마와 같은 ‘속인’(俗人)들의 경책문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윤기·리영희·노무현·김 훈 등 22명의 산문 24편은 경책류의 글이라기보다 세상의 속도에 편승해 질주해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관조와 성찰을 담고 있어 오히려 잔잔하게 다가온다.
“하나의 토기가 태어날 때 그것들은 물과 불과 흙과 공기의 모든 원소들을 그 안에 저장하고 있다.
토기가 쏟아져 나올 때 그것들은 얼마나 많은 말들을 참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쓰여지는 나의 글은 그 여정에서 보여지는 저 은밀한 이야기들을 따라 잡지 못한다”(김 훈, 작가)
“고백합니다. 나는, 지극한 진리는 말로써 전할 수 없다(不立文字)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나는 언어로써 그것을 그려내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나는 이 착각의 늪에 빠져 한동안 허우적거렸습니다”(이윤기, 작가)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인생을 제법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늘 가슴 속에 남는 의문이 있다. 나는 과연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있는가. ‘너는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었다’고 할 수 있는가”(노무현, 대통령)
“책 읽다 명상하고 나면 일어나서 변소를 닦았다. 대한민국 형무소의 감방 변소는 그 속에 살아 본 경험이 없는 이에게는 설명해도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 공간과 표면 어느 점에 남은 때나 티끌은 바로 나의 마음의 때로 인해서 보이지 않았다는 진리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리영희, 학자)
“그렇게 휴가가 흘러가고 있을 때 가장 낮고 혼탁한 곳에 핀 연꽃이 홀연히 내게 다가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내 발 밑에 온몸을 던져 절이라도 하듯 조아리고 있었습니다. 경건하고 간절해지는 길은 몸을 낮추고 자리를 낮추는 것이라고 속삭이면서 말입니다”(곽병찬, 한겨레신문 문화부장) 232쪽. 9000원.
‘유마’(維摩)는 대승경전인 유마경(維摩經)의 주인공으로, 석가모니 당대 교단에 진보의 바람을 일으킨 재가신도. ‘유마’가 칼럼 제목으로 쓰인 것은 유마와 같은 ‘속인’(俗人)들의 경책문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윤기·리영희·노무현·김 훈 등 22명의 산문 24편은 경책류의 글이라기보다 세상의 속도에 편승해 질주해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관조와 성찰을 담고 있어 오히려 잔잔하게 다가온다.
“하나의 토기가 태어날 때 그것들은 물과 불과 흙과 공기의 모든 원소들을 그 안에 저장하고 있다.
토기가 쏟아져 나올 때 그것들은 얼마나 많은 말들을 참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쓰여지는 나의 글은 그 여정에서 보여지는 저 은밀한 이야기들을 따라 잡지 못한다”(김 훈, 작가)
“고백합니다. 나는, 지극한 진리는 말로써 전할 수 없다(不立文字)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나는 언어로써 그것을 그려내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나는 이 착각의 늪에 빠져 한동안 허우적거렸습니다”(이윤기, 작가)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인생을 제법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늘 가슴 속에 남는 의문이 있다. 나는 과연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있는가. ‘너는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었다’고 할 수 있는가”(노무현, 대통령)
“책 읽다 명상하고 나면 일어나서 변소를 닦았다. 대한민국 형무소의 감방 변소는 그 속에 살아 본 경험이 없는 이에게는 설명해도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 공간과 표면 어느 점에 남은 때나 티끌은 바로 나의 마음의 때로 인해서 보이지 않았다는 진리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리영희, 학자)
“그렇게 휴가가 흘러가고 있을 때 가장 낮고 혼탁한 곳에 핀 연꽃이 홀연히 내게 다가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내 발 밑에 온몸을 던져 절이라도 하듯 조아리고 있었습니다. 경건하고 간절해지는 길은 몸을 낮추고 자리를 낮추는 것이라고 속삭이면서 말입니다”(곽병찬, 한겨레신문 문화부장) 232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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