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라/인

    문화 / 시민일보 / 2003-04-09 17: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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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와 영상의 화려한 만남
    미국 대학 마칭 밴드의 대결을 그린 ‘드럼 라인(Drum Line)’(배급 20세기폭스)은 마치 스포츠 영화를 보는 듯하다. 데본(닉 케논)은 타고난 스네어 드럼(작은북) 연주 실력으로 애틀랜타 A&T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스틱을 다루는 솜씨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하나의 밴드, 하나의 소리(One Band One Sound)!’를 외치는 조직의 규율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드럼 라인의 리더인 숀(레오나르도 로버츠)과 사사건건 부딪치는가 하면 악보도 볼 줄 모른다는 사실이 들통나 창피를 당하기도 한다.

    급기야 동문축제에서 매콘대밴드를 자극해 패싸움을 일으키자 리(올랜도 존스) 단장은 데본을 쫓아낸다.

    실의에 빠진 데본은 라이벌 대학인 모리스 브라운대 단장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지만 A&T가 경연대회에서 연주할 곡목을 빼내 알려달라는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날 오랫동안 의절하고 지냈던 아버지로부터 카세트 테이프가 담긴 소포가 도착한다. 아버지가 무명 드러머 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데본은 숀과 화해한 뒤 함께 새로운 곡을 만든다.

    ‘드럼 라인’은 재능 있는 신인의 입단, 감독ㆍ선배와의 불화로 좌절, 부진한 선수의 밤샘 연습, 최강팀과의 대결에서 참패, 팀원의 극적인 화해, 막판 역전 승리 등 스포츠 장르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밟아나간다.

    여기에 주인공과 여자친구의 로맨스, 아버지와의 갈등과 화해, 전통을 강조하는 단장과 유행을 따르려는 단원의 알력 등 단골 소재들이 함께 버무려진다.

    대형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마칭 밴드의 연주와 군무는 우리가 흔히 보아온 여고생 고적대의 퍼레이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박진감 넘치고 화려하다.

    큰북을 둥그렇게 늘어놓고 마치 ‘오고무(五鼓舞)’를 추듯 누워서 북채를 두들기는가 하면 장구춤을 연상케하는 동작도 연출한다. 양 군사들이 진(陣)을 벌린 뒤 장수가 차례로 나와 일합을 겨루듯 스네어 드럼 고수들이 현란한 스틱워크를 주고받는 장면은 압권이다.

    감독은 뮤직 비디오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찰스 스톤 3세로 이번이 두번째 영화.

    주요 배역이 모두 무명에 가까운 흑인이지만 얼굴보다 악기가 주인공인 셈이어서 밋밋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11일 개봉 예정.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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