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4-13 17: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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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속 녹색벌레와 ‘괴로운 하룻밤’
    흥정이 끝나면 호텔이나 그들의 집에서 섹스를 한다고 했다.

    폭염 속에 말없이 서있는 허수아비와 같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키질로즈다가 한밤중에는 이렇게 몸을 파는 아가씨들로부터 정열적인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밤새 잠을 30분 정도 밖에 잘 수 없었다. 호텔 앞의 남자 사냥을 하는 아가씨들 때문이 아니고 이렇게 벌레가 많은 도시는 처음 봤다.

    4년전에 기차여행 할 때의 일이 생각난다.

    청도에서 시작되는 중국의 남북열차를 타고 심천과 홍콩을 지나 마카오를 넘어 주하이에서 난닝으로 들어가 묶었던 호텔에 모기장까지 쳐놓아 멋지다 싶었는데 곤히 잠들어 있는 새벽시간에 온몸이 간지러워 여름이니까 그런가 하고 계속 잠을 자다가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일어나 침대를 보니 조그만 개미떼들이 온통 바닥에 깔려있었고 방안의 화장실과 벽까지 도배를 한 새까만 개미떼들 때문에 밤을 설쳤던 일도 있었다.

    그런데 키질로즈다의 밤은 개미떼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밤새도록 발바닥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물리지 않고 가렵지 않은 곳이 없었다.

    푹푹 찌는 폭염으로 틀어놓은 선풍기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홀딱 벗고도 얇은 시트조차 덮고 잘 수 없을 만큼 찌는 날에 벌레들한테 물리고 뜯기고 단 10분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일어나 불을 켜보니 침대를 비롯 방안 전체가 1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녹색을 띤 벌레들이 밤새도록 파티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슨 벌레가 이렇게 많은지 까만 밤이 아닌 녹색의 밤이 되고도 남았다.

    할 수 없이 1층 로비에 내려가 아무리 잠을 청하려고 애를 써도 잘 수가 없다고 하자 프론트 아줌마 온몸에 약을 바르고 자라고 주는데 벌써 시간은 아침을 맞고 있었다.

    호텔 앞에서 나를 보고 으르렁거리던 금발의 아가씨들이라면 밤을 새고 쌍코피 터져도 문제는 틀릴텐데 말이다.

    키질로즈다에서 이웃 나라인 우즈벡키스탄의 타슈겐트까지 가는 버스비가 500뎅가인 것에 비해 제즈가즈한까지는 자그마치 1200뎅가를 받았다.

    그렇다고 버스가 그런 대로 버틸만한 것도 아니었다.

    중형정도에 낡을 대로 낡은 버스에 의자 수는 25개인데 사람은 40명이 넘었고 거기에다 좁디좁은 통로에는 세탁기 만한 보따리들이 즐비했는데 심지어는 타이탄 트럭 타이어까지 싣고 탔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서너시간 간다거나 버스 밑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으면 의자 수에 맞추어 인원을 태운다면 좀 버틸 만 할텐데 아무것도 해당사항이 없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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