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4-21 17: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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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쉼강변 야외카페 ‘불야성’
    러시아 공화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여러모로 정치생활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까자흐공화국의 북쪽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러시안들의 민심을 얻는 대가로 아마 자국민인 카작인이 원하지 않는 민심을 담보로 삼은 것이 틀림없었다.

    아스타나는 이쉼강을 끼고서 건너편에 대단위 신흥 주택들이 집단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 가구당 300평이 넘어 보이는 집들이 동서남북 수킬로미터에 천여채 이상이 합동으로 들어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고 중앙공원은 다리가 아파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지금까지 몇 년째 공사를 하고 있었으며 영락없이 이쉼강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공원 안에 자리잡은 그럴싸한 실내 수영장이 이쉼강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고 어느 도시를 가나 영락없이 센터에 자리잡은 러시아 교회 건물은 수도인 아스타나도 빼놓을 수 없었으며 새로운 쇼핑센터와 빌딩들이 우후죽순으로 솟아나며 억지로 만들어진 수도를 옹호하고 있었다.

    까작 공화국의 어디를 가나 전국에 나자르바이예프 대통령의 대형 사진 아래에는 2030이라는 숫자가 꼭 따라붙는데 세계에서 몇째로 손꼽히는 카스피해에 묻혀있는 석유 보유량을 바탕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공약으로 이 말을 뒤집어 보면 2030년까지 거의 종신에 가깝게 대통령을 하겠다는 끝내주는 발상인 셈이었다.

    2100이라면 몰라도 2030의 공약을 믿는 까작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북쪽에 위치한 까닭에 러시아인들이 역시 많았고 그 중에는 어쩔 수 없이 금발 아가씨들만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알마타와 아스타나와의 시간이 일치했다.

    이쉼강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야외 카페에는 꺼질 줄 모르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맥주잔을 기울이는 시민들은 집에 돌아갈 생각이 전혀없는듯 했으며 이쉼강 위에는 조그마한 배를 타고 데이트하는 연인들로 꽉 들어서 있었다.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이쉼 고스띠니쪄 2층에서 창문 바로 밑의 카페에서 올라오는 양고기 냄새 때문에 오늘밤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아스타나의 야간 가로등이 제법인 것을 보니 공무원들이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번 알마타에서 스비에타가 일러준 로자와 나탈리아에게 전화를 여러 번 했음에도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두 분 모두 큰 누님 같아 언제나 알마타에 오면 따뜻하게 맞아주곤 했고 어려운 여행에 건강이 최고라며 집으로 초대해 배터지도록 음식대접을 받기고 했고 내 속도 모르고 개를 잡아 고기와 국물을 쌓아주곤 했는데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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